[나침반] 김대환 경제부 차장

옛날 옛적에 한 나무꾼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실수로 하나뿐인 도끼를 연못에 빠트리고 만다. 산신령이 나타나 금도끼와 은도끼를 차례로 들고 나왔지만 나무꾼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윽고 산신령이 날이 무뎌진 낡은 도끼 한자루를 들고 나오자 정직한 나무꾼은 그것이 자기것이라 말했고 나무꾼의 정직함에 감탄한 산신령은 금도끼와 은도끼까지 선물한다.

이 이야기는 굳이 내용을 길게 말하지 않아도 백발의 할아버지부터 코흘리개까지 모두 다 아는 상식과 같은 이야기다.

초등학교 시절 정직함의 중요성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서든 동화책에서든 한 번쯤은 읽어보기 마련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 시민단체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직지수를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10억원이 생긴다면 감옥에 가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에 고교생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괜찮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중학생은 33%가 그랬고 초등생마저 16%는 ‘괜찮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친구의 숙제를 베껴서 내도 괜찮느냐’는 질문에는 고교생 78%, 중학생 69%, 초등생 30%가 ‘괜찮다’고 답했다.

물론 정직지수를 측정하기 위해 상황을 가정한 질문이긴 하지만 결과만을 놓고 보면 어린아이들이 성장할수록 정직함의 가치를 등안시 하게 된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생활에 많이 노출될 수록 청소년의 정직지수가 낮아지는 것은 우리사회의 투명시스템과 가치가 아직 미약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신문 몇장을 넘기거나 텔레비전 뉴스를 켜면 일부 공무원들의 공금횡령과 대기업 CEO들의 배임, 탈세와 관련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또 고위공직자들의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은 장·차관 임명을 앞두고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 돼버린지 오래다.

더 큰 문제는 회사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CEO가 감옥에 가지 않고 가벼운 처벌에 그치거나 정직하지 못한 공직자들이 고위직에 오르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가 너무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정직하게 살라고 가르치기에는 정직하지 않은 어른들이 너무 많고 정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벌거나 성공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더욱이 상당수의 어른들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의 성공을 보면서 ‘현실’이라는 핑계로 자기 자식에게 조차도 정직함의 가치를 가르치기 보다 정직하지 못하더라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택하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떳떳하게 정직함의 가치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어떠한 경우든 반칙과 부패는 용납될 수 없다고 부끄럽지 않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정직의 가치를 가르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코흘리개 시절 배웠던 정직한 나무꾼의 일화를 되새겨보고 그 이야기만큼이나 상식적인 사회 투명 시스템 구축에 더 노력해야겠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