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이석우 시인·문학평론가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욱일승천기를 포함,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휘장·옷 등을 국내에서 제작하거나 유포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욱일승천기 등 전범기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개선과 청소년들의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을 위해 국내에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들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다음날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욱일기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욱일기 디자인은 풍어를 알리거나 새해나 단오 등의 명절을 기념할 때, 혹은 자위대 함선 등에 폭넓게 쓰이는 것이지 결코 군국주의를 상징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정말 그럴까?

따지고 보면 일장기는 정확한 유래를 가지고 있지 않다. 1854년경 다른 나라의 배와 구별하기 위해 간편하게 둥근 해를 그려서 걸었던 것이 일장기가 됐다. 그 후 일장기에 대한 의미화 작업도 진행하지 않았다. 그냥 붉은 태양을 나타낸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일장기의 표준형은 1870년경에 만들어졌다. 이어 1999년 8월 13일 우리나라 태극기를 모방해 가로와 세로의 비율을 3:2로 하고 빨간 원의 크기 비율도 정해 새로운 법률로 통과시켰다. 태극기가 양지와 음지, 강한 것과 약한 것들의 조화, 즉 서로 다른 상대를 포용하는 인류애적인 의미를 갖는 반면 일장기는 그 의미와 디자인이 단순하다. 대신 태양과 천황을 일치시킨 명료한 전달력은 인정된다.

이러한 단순성의 불만에서 출발한 깃발이 바로 욱일승천기(햇살기)이다. 일장기의 붉은 태양 주위에 요동치는 햇살 문양을 추가해 만든 것이다. 이 붉은 욱광(旭光)이 퍼져나가는 문양은 일본의 세계진출을 형상화한 것이다. 외부세계로의 확장성이 기본구도다.

일장기에 비해 의미하는 바가 구체적이며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역동적이다. 바람에 세차게 나부끼는 모습을 오래 바라보면 광란상태에 빠지는 착시현상을 불러온다.

이 군국주의 햇살기는 두 가지이다. 1870년 일본육군이 16줄기 이 햇살기를 처음 사용했다. 그러나 1889년 일본해군이 이 깃발을 군함기로 제정하면서 일본육군은 햇살을 8줄기로 줄여 다시 사용했다.

결국 이 확장성과 역동성은 인류에게 불행한 사태를 몰고 왔다. 이 햇살기는 '타국 침략의 상징'이라는 것이 태평양전쟁을 통해 입증됐다.

아시아인의 삶에 고통과 좌절을 맛보게 한 패악한 수탈의 나부낌이 됐던 것이다. 일본이 패전하면서 이 깃발은 전범기로 처리돼 사용이 금지됐다. 특히 동북아 국가들은 일본의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이 깃발을 게양하거나 흔들고 다니는 행위를 철저히 금기시해왔다.

그러던 중 1954년부터 다시 일본해상자위대는 16줄기 햇살기를, 일본육상자위대는 8줄기 햇살기를 슬그머니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군국주의의 상징인 이 욱일승천기 사용을 공식화할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원폭지 히로시마에서 열린 '이즈모' 항공모함 진수식에 보란 듯이 이 깃발을 내걸었다.

일본은 이제 평화헌법을 깨뜨릴 준비를 끝냈다. 집단자위권을 발동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군사협정을 맺었으니 미국과 전쟁이 붙으면 자동으로 미국편이 돼 전쟁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욱일기의 햇살 문양이 온누리의 광명의 빛살이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인류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창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본 정치가들은 그들의 전쟁 행위가 '침략'이 아니라 '진출'이라고 또다시 우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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