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정진철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

대전은 복 받은 도시이고, 샘나는 도시다. 최소한 다른 도시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막상 지역에서는 가끔씩 홀대론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전은 다른 곳엔 없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우선 대전에는 대덕연구단지가 있다. 정부에서 40년 이상 투자하여 조성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요람이고, 우리나라의 성장을 견인한 많은 원천기술과 연구들이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이제는 연구개발특구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점점 그 발전의 면모도 진화하고 있다.

대전에는 정부대전청사가 있다. 지금은 세종시에 정부부처가 이전해 와 그 규모면에서는 세종시가 더 커졌지만, 1998년부터 7개청이 입주해 있다. 또한 대전에는 자운대라는 이름으로 군 교육기관들이 모여 있는데, 인근의 계룡대와 더불어 명실공히 우리나라 국방의 중심지이다.

이러한 것들은 중앙 정부 등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라면, 대전에서 자체적으로 생긴 그래서 대전만이 갖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복지만두레다.

옛 조상들의 두레라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복지만두레는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조직을 만들고 힘을 모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주민들의 자율조직이라는 점과 지역의 공공복지의 사각지대 문제를 감당하고 있다는 점이 복지만두레의 중요한 특징이다.

복지만두레는 대전보다도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부산, 홍천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복지만두레에 관심을 갖고 정보와 자료를 구해 가고 있고, 국제적으로는 일본이나 필리핀 같은 나라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전에서 복지만두레가 시작된 지 꼭 10년째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난 지금 복지만두레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선은 지역 간의 격차이다. 77개 동 모두에 복지만두레가 조직은 되어 있으나, 모두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동안 복지만두레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다. 새로운 지도자나 회원들을 충분히 그리고 꾸준히 발굴하고 훈련시키지 못했다. 물적 자원도 부족하여 일부이긴 하지만 아직도 관에 의존하여 활동하는 경우도 남아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초기에 관에서 지원받던 타성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 말 그대로 ‘사심 없는’ 지도자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지역 자체에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해서 그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대전복지재단에서는 이러한 도전에 대해 다양한 수단을 통해 복지만두레를 활성화시키려 한다. 우선은 복지만두레의 취지인 ‘주민들의 자율적 조직’이라는 성격과 ‘복지전달체계의 일부’로서의 성격을 분리해 접근하고자 한다.

주민들의 자율적인 조직은 지역의 지도자도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적 자원도 있어야 한다. 현재 개설되어 운영 중인 시민대학과의 연계도 한 방법일 것이다.

재단에서는 작년부터 1사1동이라는 이름으로 기업과 동 복지만두레와의 결연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31개 기업과 34개 동 복지만두레가 결연을 맺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비정기적으로 간간히 해 왔던 사회공헌활동을 일정 지역과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함으로써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다.

복지만두레는 대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복지전달체계이고, 그런 만큼 대전은 다른 도시에 비해 복지에 관한 한, 한 걸음 앞서 나가고 있다. 이제는 복지만두레가 복지재단이나 만두레 회원들만의 것이 아니라 대전 시민 전체의 것이 되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이 복지만두레를 알고, 참여하고 또 이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누구보다도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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