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이종배 에너지관리공단 대전충남지역본부장

지난 여름 전력위기 극복을 위해 하루하루 마음 졸이며 바쁜 날을 보낸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가을이 짧아진다고 하니 벌써부터 겨울철 에너지 수급 문제가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인가 보다.

몇 번의 전력위기를 겪으면서 늘어나는 수요에 따라 공급을 확대하는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으로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또 전력공급을 위한 발전소 건설에는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막대한 투자비가 들며 이마저도 발전소 정지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공급을 무한정 늘리는 것이 전력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이번 전력위기 극복은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한 국민 모두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체 강제 절전, 냉방온도 제한, 문열고 냉방영업 금지 등의 일시적 절약 정책은 단기적인 해결책을 될 수 있지만 전력위기를 속 시원히 벗어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지긋지긋한 전력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은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에너지 수요를 줄인 후 공급을 확대하는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절약정책추진단이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으로 조직명을 변경한 것은 정부의 에너지 관리 정책의 변화를 의미한다.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의 핵심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합리적 에너지 소비문화를 정착하고 지속가능한 체계적 에너지 수요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합리적 에너지 소비문화 정착은 우리 주변의 에너지 낭비요인을 찾아 개선하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은 9510㎾h로 일본 8110㎾h, 독일 7108㎾h보다 높고, 소득대비(GDP) 전력소비량(㎾h/달러)도 한국이 0.5806으로 일본(0.2033), 독일(0.2805), OECD평균(0.3337)보다 훨씬 높다. 보지않는 TV는 끄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플러그는 뽑아두는 등 합리적 에너지 소비 실천을 습관화하고,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을 우선 구매해도 상당한 전력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또 선진국의 다양한 수요관리 사업모델을 발굴·적용해 지속가능한 체계적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최근 산업부가 발표한 'ICT 기반 에너지수요관리 신시장 창출방안'은 ICT를 접목해 에너지기기의 효율 향상을 추진하고 그 성과를 정확히 검증하는게 목적이다. 세계적 수준의 우리나라 ICT를 활용해 ESS(에너지저장장치), EMS(에너지관리시스템), 스마트플러그 등의 ICT가 접목된 융복합기기의 보급 활성화 정책이 추진될 계획이다.

수요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수요관리 시장과 산업이 활성화되면 안정적 에너지수급과 더불어 기업에는 새로운 투자의 기회가, 국민에게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세계 5위 에너지 수입국이자 세계 10위 소비국인 대한민국. 지속가능한 에너지 수요관리시스템 구축은 대한민국 에너지의 미래를 밝게 만들 것이다.

이제 모든 국민은 합리적 에너지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수요관리 사업모델 창출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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