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김일순 문화과학부 차장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출마 움직임이 가속화되며 다양한 정치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이해타산과 물밑 합의를 거쳐 기형적인 방식으로 탄생한 ‘교육의원 일몰제’로 교육의원이 폐지되고 교육경력이 없어도 교육감 선거 출마가 가능해져 교육자치가 후퇴하거나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개정된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광역시·도의회에서 교육과 학예에 관한 의안과 청원 등을 심사·의결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교육위원회는 내년 6월 30일자로 폐지된다. 따라서 내년 6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교육의원 선거도 실시하지 않게 돼 교육의원제는 자연스럽게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대신 시·도의회에서 일반 광역의원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가 구성돼 기존 교육위원회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교육의원은 교직 경력자로 출마 자격 요건이 제한돼 교육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확보됐던 점을 감안하면 일반 광역의원으로 구성된 상임위는 아무래도 전문성 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 출마 자격과 관련 ‘교육경력 5년 이상’ 규정이 2014년 6월 30일까지만 적용된다. 따라서 내년 교육감 선거부터 교육경력이 없더라도 교육감 선거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교육계 인사로 한정됐던 출마 자격이 완화돼 표심 획득에 유리한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춘 인사들에게도 문호가 열린 셈이다.

더욱이 그동안 교육계 진입이 쉽지 않았던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문턱도 대폭 낮아졌다. ‘교육감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로부터 2년 간 정당원이 아니어야 한다’는 출마 자격 요건이 1년으로 낮아진 것이다.

이처럼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교육자치권 후퇴가 우려되면서 교육계는 물론이고 일부 정치권 인사까지 나서 불합리한 관련 법 개정에 나서는 등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다.

특히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까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견임을 전제로 교육감 출마 자격과 관련, 현행과 마찬가지로 교육경력자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혀 법 개정을 위한 분위기는 무르익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 장관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며 교육감 출마 자격에 교육 경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또 민주당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도 교육의원 일몰 규정을 삭제하고 교육위원회 및 교육의원 설치와 운영을 지속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키를 쥐고 있는 국회에서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 논의가 공론화 수순을 밟지 못하고 있다. 과거 교육의원 존속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이 있었고, 같은 정당 소속 의원들 간 이견이 엇갈려 수면 위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늦어도 9~10월 중에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 논의에 시동이 걸려야 내년 교육감 선거와 관련된 규정과 교육의원 일몰제 폐지 여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등을 통해 개선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애만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가 충분한 논의절차없이 법 개정 시한에 쫓겨 임시방편적인 ‘교육의원 일몰제’가 탄생했던 2010년 상황이 재연되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막판에 졸속 처리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높다. 여야 간 정쟁에 몰두해 정작 중요한 백년지대계인 교육 분야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 스스로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