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김대환 경제부 차장

이제 곧 추석이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을 보내느라 힘겨웠던 이들에게 이번 추석연휴는 그야말로 꿀맛 같은 휴식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둥근 보름달 아래 모여앉아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 친지들과 술잔을 기울일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연휴기간 가족이나 친지를 만났을 때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가능하면 하지 않거나 신중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질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오가기 마련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그 질문이 상처가 될 수 있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취직여부를 묻는 질문과 걱정의 말을 듣는 것이 마치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은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추석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4명 이상이 ‘친척 누구는 대기업 들어갔던데’, ‘너 아직 취업 못해서 놀고 있니?’, ‘부모님께 불효 그만하고 취업해야지?’ 등 취업 관련 질문을 가장 듣기 싫은 말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기가 찬 사람들은 ‘애인은 있니?’, ‘결혼을 할 수 있겠니?’라는 말을 듣기 싫어했다.

물론 아직 취업을 못하거나 결혼하지 못한 가족·친지나 친구들이 걱정되는 마음에 하게되는 질문이겠지만 질문을 받는 사람은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다.

굳이 그런 질문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이미 너무나 취업이 하고 싶고 결혼이 걱정되는 이들에게 불편한 관심은 오히려 짐이 된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차례음식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서 먹는다면 체하기 십상이고 5일간의 휴일도 마음의 피로만 더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구직자 중 절반 가까이는 이번 추석 귀성이나 가족모임을 포기하고 대신 취업준비를 하겠다고 답했다.

친지들을 보기가 민망한데다 혹시나 난처한 질문이나 잔소리를 들을까봐 걱정돼서다.

아직 취업을 못하거나 결혼을 못해 스스로 위축된 상태에서 듣는 주위와의 비교는 자존심에 상처를 남기고 비관적인 생각을 만들어 앞으로의 의욕까지 꺾을 수도 있다.

올 추석에는 친지와 친구들을 만났을 때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 대신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해주면 어떨까.

소설가 조지 매튜 애덤스는 “격려 받지 못하는 사람에겐 훌륭한 일을 해내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칭찬 없이 살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누구나 칭찬을 들으면 자심감이 생기고 그 자신감은 곧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이끌어내 무엇인가를 성취해 낼 수 있는 힘을 준다.

이번 추석에는 오랜만에 만난 조카의 취업여부가 궁금하거나 사촌동생의 결혼계획이 궁금하더라도 질문하고 싶은 마음을 접고 대신 진심어린 칭찬과 격려로 다함께 즐거운 명절을 만들었으면 한다.

물론 명절음식 만드느라 고생한 아내와 형수, 제수씨, 그리고 어머니에게도 당연히 칭찬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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