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지방의회④ 의원 자질이 문제

지방의회의 파행에 대한 원인으로 의장단의 선출방식이나 패거리 문화가 아닌 의원들의 자질을 묻는 '원론적 의회자질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구의회는 제1차 추경예산안에서 '지역주민 공동활용 학교도서관 구축' 등 4개 사업, 4억 3000여만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학교 선정 의혹 등을 이유로 삭감했다.

그러나 당시 서구의회는 구청장의 의회 출석 요구를 둘러싸고 집행부와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였던 것을 감안하면 의회의 특별교부금 삭감은 집행부와의 신경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당시 서구청 공무원들은 국가에서 전국의 모든 자치구에 내려준 특별교부금을 삭감하는 의회가 있냐며 도대체 의원들은 업무와 사감 중에서 무엇이 우선시돼야 하는가를 모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황인호 동구의회 의원은 "무급 명예직으로 시작된 지방의회 의원들이 이제 유급 감투직으로 변질됐다"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지방의회가 이렇게까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단지 의장단의 선출방식 등의 문제가 아닌 지방의원들의 자질론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의회의 의원발의안 수는 이러한 '의회자질론'을 그대로 입증한다.

제4대 지방의회가 시작된 지난 2002년 7월 이후 지금까지 지방의회의 의원발의안 수는 동구 4건, 중구 14건 등 평균 10여건 안팎으로 2년 동안 조례안이나 개정안을 발의하지 않은 의원들이 허다하다.

한 의원은 "의원들이 지금도 이렇게 노력하지 않는데 유급 보좌관을 두면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지방의회 중에는 사상최대의 폭설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 3월, 해외연수를 떠난 의원들도 있었고 주차장 통로에 브레이크를 채운 채 주차, 민원인들의 불편을 야기시킨 의원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특별한 사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며칠씩 밤 늦게까지 상임위원회를 열어 관련공무원들이 대거 대기하는 등 진풍경을 연출한 의회도 있었다.

시민들은 "의원들의 이기주의적 행동이나 특권의식 등은 지금까지 많은 지탄을 받아왔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는 고질적 문제"라며 "의회의 자질론이 무용론으로 비화되기 전에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의원, 그러한 의원들이 열심히 지역민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의회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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