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박 진 환 사회부 차장

수년 전부터 지역에 외국에서 생산된 수입자동차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동안 수입차가 부(富)의 상징이었다면 최근 경향을 보면 젊은 새내기 직장인부터 주부, 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정말 남여노소 모두가 구입·사용하는 애마가 됐다.

필자의 주변 지인들도 다음번에 차를 교체할 시기가 되면 국산차보다는 수입차를 구입하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입차의 구입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산차와의 가격 차이는 미미한 반면 연비 등 성능은 뛰어나서', '평소 좋아했던 브랜드를 구입하고 싶어서', '독특한 디자인의 수입차를 통해 나만의 특별함을 보여주고 싶어서' 등이다.

그러면서도 이구동성으로 국산차를 구입하기 싫은 이유는 한 가지로 압축된다.

바로 현대·기아차로 대변되는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의 횡포와 임직원들의 상식 밖 행태다.

특히 최근 현대자동차와 생산직 근로자들의 노사분쟁은 대한민국 급여생활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실망감과 상실감을 안겨줬다.

현대차 노조는 당초 사측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자녀의 기술취득지원금 1000만원 △조합활동 면책특권 △정년 61세 △연월차 사용분에 대한 추가 금전보상 △퇴직금 누진제 △징계위원회 노사동수 △해외공장 신설에 대한 심의의결 등을 임단협 주요 안건에 포함시켰다.

이 가운데 대학 미진학 자녀에 대한 지원금과 해외공장 신설에 대한 심의의결권 등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회사는 물론 시민들도 납득하지 못할 사항까지 요구한 노조에 여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결국 현대차 노사는 △성과급 350%+500만원 △주간연속2교대 제도 도입 특별합의 100% △품질향상 성과 장려금 50%+50만원 △기본급 9만 7000원 인상(기본급 대비 5.14%, 호봉승급분 포함) △사업목표 달성 장려금 300만원 등 근로자 1인당 2000여만원을 추가로 챙기는 임금 합의안을 도출시키며, 사안을 조기에 봉합했다.

그러나 노사 양측의 전격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를 봐라보는 국민적 시선은 여전히 싸늘한 것이 현실이다. 편의·사양장치를 추가하거나 외부 디자인을 일부 변경하면서 차량 가격을 매년 큰 폭으로 올리거나 차량에 물이 새는 중대한 하자에도 모른척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리콜이 아닌 수리에 나서는 등 이들 국산자동차 메이커들의 횡포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입차에 맞먹는 가격을 책정, 판매하면서도 차량 성능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 국산차를 타고 있는 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또 차량 교체 시기가 되면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국산차를 구입하는 택시나 택배 등 운송업계 종사자들은 현대·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등 귀족노조의 행태에 분노를 넘어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독일과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의 제조업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한국 제조업체 생산성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지만 귀족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차량 가격은 매년 폭등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요원해지고 있다.

이들이 파업을 무기로 매년 엄청난 돈을 챙기는 사이 국산차를 살 수 밖에 없는 국민들은 자동차 할부금 상환 등 빚에 허덕이고 있다.

사측 역시 회장 일가가 2세를 넘어 3세로 경영 세습을 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불·편법이 자행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하거나 악습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수출강국으로 이끈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코닥과 노키아처럼 몰락의 길을 걸을지는 이제 본인들 스스로 선택해야 할 시간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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