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출신 김민성 서울종합예술학교(SAC) 이사장]
극단 활동중 KBS서 탤런트 입문, 미국여행때 배우스쿨 보고 큰뜻
1987년 한국방송문화원 만들어, 캐스팅·에이전시 등 규모 키워

김민성 서울종합예술학교(SAC)이사장은 우리나라 연예계에서 미다스(Midas)의 손으로 불린다. 그를 통해 성장한 연예계 스타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서울 삼성동 SAC 본관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연예지망생을 육성하는 직업상 화려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소탈하고 푸근한 인상이었다.

(언뜻 보기엔 MBC 드라마 ‘스캔들’에 출연중인 배우 조재현과 닮았다.) SAC 본관 옥상에 마련된 ‘하늘정원’에서 배달도시락으로 소박한 오찬을 하며 나눈?대화를 통해 후학양성에 대한 그의 프로정신과 열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 김 이사장의 교육 이념과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현주소를 소개한다.

▲ 김민성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이 연기교재를 펴보이고 있다. 그는 심은하, 송혜교 등 한국 연예계에서 두각을 보이는 스타를 길러낸 인물로 유명하다. 필름 속의 인물들(왼쪽부터) 박해진, 심은하, 이준기, 한효주는 그가 발굴해낸 스타들이다. 서울=김홍민 기자

-대학 졸업 후 극단과 방송사에서 연기활동을 시작으로 MTM 운영자·기획사 대표로 변신했고, 2003년에는 현재의 서울종합예술학교를 설립했다. 재단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대학 졸업 후 극단 신협과 맥토에서 활동하던 중 특채로 KBS 탤런트가 됐지만 미국 LA 여행 중 우연하게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액터(배우)스쿨과 매니지먼트사를 접하고 큰 뜻을 품게 돼 1987년 MTM의 전신인 한국방송문화원을 설립했다.

당시 캐스팅은 주로 연줄로 의해 좌지우지되던 시절이었다. 체계적인 교육과 매니지먼트가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실력만으로도 연예계에 진입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MTM은 액터스쿨뿐 아니라 매니지먼트, 방송·영화 캐스팅, 모델에이전시, 캐스팅센터 등을 갖추며 규모가 점점 커졌다.

많은 매체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는 질문에 ‘세상에서 최고의 가치는 남을 가르치는 일이고, 또한 체계적인 예술학교를 운영하고 싶다’는 얘기를 종종 했었는데 어느새 저만의 약속을 넘어 사회적인 약속이 됐고, 꼭 지켜야겠다는 의무감과 사명감도 생겼다. 그래서 2003년에 서울종합예술학교를 설립하게 됐다.”

-문화연예계를 비롯한 각 분야의 폭넓은 인맥을 통해 최고 전문가를 교수로 초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교수진은 누구인지, 아울러 강의는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유명세만으로 교수를 초빙하지는 않는다. 사람 됨됨이와 교육관, 학생에 대한 애정도와 전문성을 꼼꼼히 본다. 문화예술 교육은 도제식 교육이 많기 때문에 누구에게 어떻게 배웠나에 따라 미래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가수 김연우, 화요비, 영지, 이지영, 기타리스트 김세황, 프로듀서 안정훈, 배우 류승룡, 영화감독 권혁재(해결사), 뮤지컬 연출자 왕용범(삼총사), 디자이너 요니P, 로건, 이석태, 최범석, 스타일리스트 정보윤(이효리), 지은(빅뱅) 등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의 형식은 철저히 실습이나 실기 위주로 진행된다.

현장의 최 일선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이기에 최신 트렌드를 교육에 적용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과 보람된 일은 무엇인가.

“서울 강남에 캠퍼스를 조성했기에 초창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4년제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으로 설립 초기 행정적인 문제에 부딪치며 많이 힘들었다. 특히 문화예술 특성화 교육기관이기에 지금도 제도적인 부분과 부딪쳐야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런 제약들을 극복하는데 애를 많이 썼다. 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 이듯이 미국의 뉴욕대와 버클리, 파슨스 패션스쿨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도심 속 명문예술대로 키울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강남 한복판인 삼성동을 택했고, 현재 17층짜리 본관 외에 창조관, 비전관, 예술관 등 5개의 캠퍼스(건물)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본관을 이전하면서 3년간 매일 공사가 진행될 정도로 막대한 시설 투자를 하고 있다. 300석 규모의 다목적홀인 싹(SAC)아리랑홀과 싹갤럭시홀, 영상스튜디오, 녹음스튜디오, 클래식 합주홀, 대규모 댄스 스튜디오를 갖췄다.

좋은 교수진과 체계적인 커리큘럼, 최적의 교육환경을 갖춘다면 학생들은 120%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립초기 6개 학부 13개 전공에서 지금은 10개 학부 50개 전공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제자들이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고,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기량을 맘껏 발휘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올해로 서울종합예술학교(SAC) 설립 10주년이 된다. SAC의 비전은.

“우리학교 SAC(Seoul Art College)의 약자를 그대로 읽으면 ‘싹’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 문화예술계를 짊어지고 갈 푸른 싹을 뜻한다. 예술 각 분야에서의 가능성 있는 ‘싹’들을 발견하고 잘 키워나가는 게 학교의 목표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역사에 남을 예술명문학교로 키워내는 게 목표다.”

-기억에 남는 제자들은 누구인지.

“심은하씨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90년 서울 S호텔에서 열린 제1회 영상모델선발대회에 출전한 친구를 따라 온 그녀를 보고 즉석에서 출전을 제안했다. 결국 그녀가 대상을 차지했다. 당시 저는 심은하씨의 여리고 가녀린 외모에 독기 있는 모습, 야누스적인 매력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후 1993년 MBC 공채탤런트에 합격 후 드라마 ‘마지막승부’의 ‘다슬이’로 데뷔해 청춘스타가 됐다. 저는 곧바로 그녀를 TV납량특집극 ‘M’의 여주인공으로 적극 추천했다. 예상대로 이 드라마에서 야누스적인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면서 호러 퀸으로 등극했고, 곧바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송혜교는 교복모델선발대회에서 단번에 큰 재목이 될 것으로 알아봤고, 한효주는 전교 1등을 했던 모범생이라 연예계 데뷔를 망설였는데, 단정한 생김새와 성실한 성품으로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학교를 설립하고서 묘한 중성적 매력이 있던 이준기와, 부산 사투리에도 불구하고 순정남 이미지가 강했던 박해진 또한 재목감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타계한 김종학 PD와는 동향(김 PD는 충북 괴산출신)인데다 평소 가깝게 지냈던 사이로 전해졌다. 김 PD의 사망을 계기로 우리나라 프로그램 제작시장의 개선돼야 할 관행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아울러 기획사를 운영하다가 지금은 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30년 가까이 선배로 모시던 고인이기에 가슴이 아프다. 현재 한국 드라마는 먼저 편성 받고 제작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지상파에 편성되기 위해서는 외주 제작사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 톱스타나 스타작가에 의존하게 돼 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 판권이 유리한 일부 톱스타는 출연료가 제작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만큼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런데 방송사에서 드라마 제작사에 지급하는 제작비는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 간접광고나 협찬 등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고 해외 판권을 팔아 수익을 내려 한다. 하지만 이게 여의치 않을 경우 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제작환경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수많은 히트작을 내고, 한국 드라마계에서 큰 획을 근 고인이 생을 마감하게 돼 너무 안타깝다. 지금 기획사를 운영하지 않은 이유는 학교 운영에 전력하기 위해서다. 여러 우물을 파기보다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고 싶다.

특히 학생들과 매일 만나고 인사하고 소통하는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 앳된 얼굴로 들어와 어느새 4년을 지내고 또한 데뷔하고 유명해지고 스타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을 느낀다. 앞으로도 학교 운영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아이돌그룹의 영향으로 연예계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이들 청소년과 그 부모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저는 무엇을 하든 중독이라고 할 만큼 열중하는 편이다. 중독(中毒)이란 말은 사전적으로 나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몰입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을 하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던 것이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노하우인 것 같다.

연예계에 조각 미남, 미녀들만 득세하던 시기는 지났다. 평범한 듯해도 개성과 열정, 성실성만 있다면 누구나 후천적으로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남을 무작정 따라하거나 트랜드를 따라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지키며, 개성과 끼로 도전해보라.

단 청소년 시기는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때인 만큼 적성과 재능이 적합한지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막연히 기다리기 보다는 일정 기간을 정해서 도전해본 후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과감히 전환하는 현명함과 결단력도 필요하다.

진짜 자기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중독이라고 오해할 만큼 죽을힘을 다해야 한다. 제 좌우명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인데, 노력을 다한 후에는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바른 생각, 바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하늘과 땅이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서울=김홍민 기자 hmkim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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