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김일순 문화과학부 차장

교육부가 최근 일반고 교육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이었던 자율형사립고의 학생 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자, 교육계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너진 공교육 활성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자율형고교를 100개까지 육성하겠다며 야심차게 추진됐던 교육정책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용도폐기의 길을 걷게 됐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자사고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지만 그 동안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됐던 학습효과를 반영하듯, 예견했던 상황이 현실화된 것이란 인식 아래 당초 우려와 달리 파장은 확대되지 않고 있다.

과거 새 정부가 출범하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교육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대대적인 정책을 쏟아내면서 전임 정권에서 추진했던 사업을 중단시킨 사례를 수없이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으로 교육계에서는 “어차피 정권이 바뀌면 또 바뀔 것”이라며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교육분야 정책들도 길게 가기 힘든 것이 아니냐는 냉소적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정작 가장 큰 피해자는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다.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교를 겨냥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학습의 방향을 잡고 중·장기적인 입시전략을 수립, 적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수시로 교육정책이 변경돼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곤혹스럽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도 정책 실행에 따른 실효성과 긍·부정적인 면에 대한 충분한 판단과 분석이 나오기 전에 사업이 변경되거나 아예 무산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문가의 도움과 여론수렴 등 충분한 검토과정을 밟아 추진돼 기대를 모았던 역점 정책들이 불과 몇 년을 지속하지 못하고 유야무야되는 것에 대해 아쉬운 심사를 표출하고 있다.

실제,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발표대로 5년의 지정기간이 지나면 일반고로 돌아가는 자율형공립고 중 애초 취지에 걸맞게 교육경쟁력이 향상된 학교가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자공고 지정 취지가 교육여건이 열악해 학생 선호도가 낮은 학교를 대상으로 수억원대의 재정지원과 우수 교사 초빙권한, 교육과정의 자율성 등을 부여하는 혜택을 제공해 경쟁력을 끌어 올려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추진됐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출신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동문들도 잦은 교육정책 변경에 따른 피해자라면 피해자다.

자율형 고교 정책이 추진되면서 자사고·자공고 지정이 곧 명문고 반열에 오르는 것으로 인식돼 학교별로 경쟁이 달아올랐고, 동문들까지 나서 모교 출신 정치인을 동원해가며 교육당국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펼쳤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일반고로 원점회귀하는 것으로 방향이 선회하면서 머쓱한 상황이 된 것이다. 교육 분야는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정책 실행 시 막강한 파급력으로 민심을 파고드는데 가장 효율적이라고 한다. 새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전임 정권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강력한 교육개혁의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수한 교육정책이 실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애초 정치적인 노림수가 작용했다는 점에서 졸속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오년소계(五年小計)’라는 비아냥거림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뚜렷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선을 야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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