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냉방 … 에어컨 설치 못해
공공기관, 전력규제 눈치보기
시원한 사립유치원과 비교돼
학부모들 道홈페이지에 원성

#1. 세 살배기 아들을 둔 김선영(34·천안시) 씨는 정부가 전력을 규제한다는 언론 보도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들이 국립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공립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 정부 방침을 따르는 터라 에어컨 가동을 하지 않거나 에어컨 설정 온도를 높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들이 어린이집을 다녀올 때마다 피부 질환은 더 심해진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에게 항의해 봤지만, 온도는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대답만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김 씨는 당분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국립어린이집에 보낸 게 처음으로 후회된다.

#2. 최민아(32·공주시) 씨의 사정은 반대다. 네 살배기 딸이 심각한 아토피 질환을 앓고 있지만, 집 보다 시원한 어린이집을 보낼 때마다 안심이다. 최 씨는 사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상태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평균 온도를 21~23℃에 맞춰놨다는 공지문도 학부모에게 보냈다. 실제 최 씨가 어린이집을 가봤지만, 시원하다 못해 썰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를 둔 최 씨의 마음이 가볍기만 하다. 충남도 내 전역이 살인적인 불볕더위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과 사립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의 마음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공립의 경우 아무래도 정부나 자치단체 눈치를 보며 전력난에 동참하고 있지만, 사립의 경우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있다. 사립은 아무래도 영아(0~3세)가 대다수 차지하고 있는 데다, 자칫 학부모 사이에서 소문이라도 잘못 났다간 내년 영아모집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쾌적한 환경과 학부모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점도 한 몫하고 있다. 문제는 충남도청사 내 도청어린이집과 같이 중앙 냉·난방 건물에 의지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운영하는 곳에 대한 학부모 인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돈이 있어도 미관상의 이유 등으로 개별 냉·난방기를 설치할 수 없는 탓이다.

실제 도청어린이집의 경우 12일 학부모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전국 지자체가 전기를 단절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도청 홈페이지 게시판까지 점령할 만큼 학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도청사 내 어린이집만 예외로 냉방기를 가동했지만, 시원하기는 커녕 끈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게 해당 부모들의 전언이다. 일부 영아는 아예 도청어린이집에 나오지 않고 있다.

도청어린이집 관계자는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며 “도청 청사관리계에서도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냉방기를 가동하기로 했다. 부모님들에게 간편한 속옷과 민소매 티셔츠 등을 입혀달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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