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박진환 사회부 차장

내년 6월 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유권자들은 물론 출마를 준비하거나 고민 중인 정치인부터 지지자들, 각종 선거 홍보물을 제작하는 인쇄업자들까지 선거와 관련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체장을 노리는 후보에서 광역이나 기초의원을 꿈꾸는 후보들 모두가 "내가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약속을 남발하며, 연일 지역구 행사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문제는 정치와 무관한 지역 공직자들까지 바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차기 단체장으로 누가 유력한지, 어떻게 하면 선을 댈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심지어는 후보군으로 예상되는 여러명의 정치인들 모두에게 줄을 서며 "누가 당선돼도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말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 공직자들도 있다.

우리는 이런 부류를 '정치 공무원'으로 부른다.

혐오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이들이 승승장구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부터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4대강 비리 등 정치 공무원 문제는 지역을 넘어 한국 사회의 만연된 고질병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의 경우 선거에 기여한 순으로 승진이나 보직이 좌지우지됐고, 경쟁후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거나 '선거에 도와 달라'는 부탁을 거절한 공직자들은 승진은 커녕 기피부서로 좌천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지역 공직계는 두 분류로 나뉘게 된다.

한쪽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시민의 공복으로 청렴하게 살아가는 공직자들이고, 나머지 일부는 선거판에 뛰어들게 되는 정치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주민들 또는 지인들과 접촉하며, "특정 후보가 당선되면 XX가 개발된다. XX의 일자리를 찾게 해주겠다"는 말과 "XX가 되면 지역은 끝장난다. 우리를 홀대한다"는 등의 근거없는 소문을 확산시키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선거를 치른다.

또 자신의 혈연, 지연, 학연 등 모든 인맥을 동원하는 한편 특정 후보의 선거공약을 만들어주거나 반대쪽의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스파이 역할도 자처한다.

막강한 정보력과 주민들과의 융화력, 동원력 등을 갖춘 공무원들이 과거 지역 선거를 좌지우지했고, 단체장 역시 이들을 우대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 잘못된 관행은 뿌리 뽑아야 한다.

이들 정치 공무원의 특징을 보면 자신의 업무나 시민을 위한 봉사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업무적 성과보다는 선거에 기여한 공으로 승진이 결정된다고 믿는 이들에게 일은 "단체장과 연줄이 없는 공무원들이나 하는 시간낭비"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체장의 비호 아래 시민에 대한 봉사보다는 개인적 사리사욕에 빠져 각종 이권 개입 등으로 지역의 암적 존재로 성장했다.

결국 정치 공무원들이 발호한 곳은 항상 분열과 대립으로 지역사회가 '사분오열(四分五裂)'하며, 발전이 아닌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 내년 지방선거는 공직계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며, 이 기회를 끝으로 시민적 저항과 개혁의 칼날은 무자비와 무관용으로 반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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