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문 기자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거가 끝난 대전시의회가 '밥그릇 다툼'으로 시끄럽다. 마치 진흙탕에서 먹이를 놓고 서로 싸우는 형국이다.

시민을 대신해 시정을 견제·감시해야 할 의원들이 자리를 놓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불쾌지수만 높아지고 있다.

1년에 2번 치르도록 법적으로 규정된 정례회가 1주일째 공전되면서 시민생활과 직결된 각종 안건과 예비비 지출승인안의 심의가 미뤄지고 있다.

어떤 의원은 "모두 자리에서 내려오고 '원(院) 구성'을 새로 하자"고 난리다.

2차 본회의를 앞두고 신상발언을 통해 "모든 것을 까발리겠다"며 으름장도 놓고 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사인 듯 싶다. 아니면 재선거를 실시하면 한자리 차지할 것 같은 생각인지도 모른다.

어떤 상임위원장은 19석 중 4석 뿐인 자민련에게 "1석 이상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보장하라"며 상임위를 공전시키고 있다. 자신은 내놓지 않고 남들에게만 자리를 내놓으라면 '누가 양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거철이 돌아오면 '시민의 머슴이 되겠다'고 읊조리다가도, 당선되면 '다 내가 잘난 덕'이고 하는 이들에게 시민들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 시민들을 무서워 할 줄 모른단 말인가. 오죽하면 시민단체에서 '시민을 볼모로 하는 추태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는지 한번쯤 곱씹어 봄직하다.

자신들이 투표로 선출해 놓고 선거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의원 스스로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셈이다.

이제라도 선거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의회 본연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 길만이 실추된 의원들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첩경이라는 것을 명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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