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양혜령 편집부 차장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이 꽃도 채 피워보지 못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어처구니없는 비극이 또 다시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

지난 18일.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공주사대부고 학생 19 8명은 교관의 호루라기 소리에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는, 위험한 ‘갯골’에 빠졌다. 아이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초보·무자격 교관들은 호루라기만 불어대다 나중에서야 자신들이 대처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나서야 해경에 신고했다고 한다.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던 때였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든 학생을 비롯해 5명이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구명조끼라도 입혔다면, 조금 더 빨리 신고를 했다면, 교사들이 아이들의 안전관리만 잘했다면, 엉터리 캠프업체만 아니었다면 참사는 없었을 텐데….

사고가 나자 뒷북 행정이 단골처럼 등장했다. 여성부가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을 전수 조사해 공개하겠다고 나섰으나, 얼마나 상세하게 정보를 모아 공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청소년활동정보서비스에 공개하겠다는 것인데, 이 사이트는 정부가 운영하는 구립청소년문화센터와 청소년수련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정보가 대부분인 데다, 무엇보다 현행법상 민간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 운영자는 신고 의무가 없다.

교육부도 앞으로 체험활동 때 교사가 현장에 동행해 지도하지 않으면 강력히 제재하기로 했다. 그동안에도 교사의 현장방문 지도를 원칙으로 했지만, 이번 사고에서 지켜지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는 징계 등으로 제재한다는 것이다. 또 계약 전이나 시행 직전, 체험활동 현장의 사전답사를 의무화 하고, 수련활동 때 반드시 안전교육을 실시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같은 대책들이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참사가 터지기 전 내놓을 수 없었던 대책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 관리 감독 소홀로 국민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시에는 반드시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라며 “관련 수석실에서도 국민안전종합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정치권에서도 재발방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더 이상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으로 본격적인 무더위와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크고 작은 물놀이 사고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이 스러진 날,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 10대가 실종돼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되고, 지난 22일에는 20대 2명이 태안 꽃지해수욕장 인근에서 물에 빠져 숨졌다.

소방방재청 통계에 따르면, 물놀이 사고 사망자는 2006~2008년 연평균 150여명 수준에서 2011년 52명까지 줄었다. 물놀이 사고 대부분은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집중됐다. 사망사고 원인으로는 안전부주의가 56%로 가장 많고, 수영 미숙 28%, 음주수영 8% 등으로 대부분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고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만큼 물놀이를 즐기는 일도 많을 텐데,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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