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칼럼] 이종배 에너지관리공단 대전·충남지역본부장

지루한 장마비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무더위가 계속 될수록 냉방전력 수요가 폭증하여 전력수급에 빨간불이 켜지게 되는 것은 해마다 겪는 일이 돼버렸다. 그러나 올해는 과거와 달리 전력수급의 위험성이 더 고조되고 있다. 금년 여름에는 원전3기의 정지로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며, 피크기간인 8월에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예비력이 마이너스 198만㎾까지 하락하는 초유의 상황이 예상된다. 예비력이 마이너스가 되면 대정전(블랙아웃)이라는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대정전을 예방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전력공급을 위한 발전소 건설에는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막대한 투자비가 든다. 따라서 전력 공급을 당장 늘리기 어렵다면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력 수요를 줄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정부는 전력다소비업체에 전력사용량을 의무적으로 감축하도록 하고, 문열고 냉방 영업행위 단속, 26℃ 이상 실내온도 유지 등 에너지사용제한조치를 시행해서 전력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하지만, 이러한 규제만으로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경제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는 블랙아웃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각층 모두가 절전에 동참해야 할 상황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일본에서는 여름철 전력피크를 줄이기 위하여 전년대비 전력사용량을 15%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전력사용제한령'을 내려 16% 전력 절감이라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전력사용제한령'이 시행되지 않은 2012년에도 약 16% 전력 절감이라는 성과를 올렸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성과는 많은 일반시민과 기업들이 에어컨 사용 자제, 불필요한 조명 소등, 실내온도 준수 등 절전을 몸소 실천한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도 지난 여름철 국민발전소 건설운동을 통해 화력발전소 3기 건설에 해당하는 166만㎾의 피크절감 효과를 달성한 저력이 있다.

정부에서는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절전을 실천할 수 있도록 범국민 ‘100W 줄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TV 1대 끄기, LED 2등 바꾸기, 에어컨 30분 쉬기로 전력피크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정, 상점, 사무실, 학교 등의 특성에 맞춰 절전 행동요령을 전파하여 생활 속에서도 손쉽게 절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또 전력수급 상태를 단계별로 알려주는 전력예보 및 실시간 전력상황을 주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예비력이 300만에서 500만㎾인 준비·관심단계에서는 전력피크시간대인 오후 2시와 5시 사이에 전기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의 플러그는 뽑아놓고 사용하지 않는 곳의 조명을 소등하여야한다. 예비력이 100만에서 300만㎾인 주의·경계 단계에서는 필수 조명등 외에 모든 조명을 소등하고, 냉방기기, 가전·사무기기의 사용을 중지하여야 한다.

이제 절전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당위성 차원을 넘어 생존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국민 모두가 조금씩 고통을 분담하여 생활 속의 작은 관심과 실천을 통한 절전 생활화가 작게는 가정경제를 돕고 크게는 국가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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