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김대환 경제부차장

요즘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갈증과 더위를 한 번에 식혀주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난다. 지친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 시원하게 한 잔 해도 좋고 퇴근 후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 야구 중계를 보면서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맥주 소비 트랜드가 바뀌고 있다. 맥주를 마시는 장소나 방법이 변한 것이 아니라 마시는 맥주 자체가 국산에서 수입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른바 ‘세계맥주 전문점’이 번화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고 대형마트 맥주 진열대와 편의점 냉장고는 각양각색의 수입산 맥주들이 점령하고 있다.

실제 최근 관세청이 발표한 ‘2013년 상반기 맥주 수입동향’에 따르면 국내 수입맥주 시장규모는 3년새 무려 68%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 수입 대상국도 매년 확대되고 있고 수입되는 맥주의 종류도 200가지를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가 약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얼마전 우리나라 맥주가 북한의 대동강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해외 매체의 혹평처럼 효모의 함량과 숙성방식 등에서 오는 맛의 차이 때문일까? 물론 맛의 차이도 영향이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산맥주의 다양성 결여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나라에 맥주가 들어온 것은 1876년 개항 이후 서울과 개항지에 일본인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부터다. 초기에는 일본인들과 국내 일부 부유층 만이 맥주를 마실 수 있었지만 1910년 일본 맥주회사들이 서울에 출장소를 내면서 소비량이 크게 늘었다. 당시 대일본맥주 주식회사는 조선맥주를 설립했고 이어 기린맥주가 동양맥주를 설립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맥주회사가 생겼다.

그런데 해방 이후 현재까지 오면서도 우리나라 맥주는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조선맥주와 동양맥주의 양강구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조선맥주는 현재 하이트맥주라고 보면 되고 동양맥주는 OB맥주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문제는 거대 맥주회사의 양강구도가 고착화되면서 제품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국내 맥주시장은 개성있는 제품을 생산해 내지 못했다는데 있다. 거대 두 회사의 몇 안되는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맛도 디자인도 다양한 수입맥주의 약진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요즘 취업을 앞두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 맥주와 마찬가지로 다양성 결여가 걱정스럽다. 각자 대학에서 전공한 학과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대다수 젊은이들이 전공과 상관없는 공무원 시험에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100대 1을 넘는 것은 예삿일이 돼 버렸고 대학 도서관에 앉아있는 학생의 절반 이상은 공무원 수험서를 들여다보고 있는 현실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각각의 인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재적소에 골고루 배치돼 있을 때 높아질 수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우리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일자리의 구조를 바꾸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다양성을 확보해주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젊은이들의 직업선택에서 다양성이 결여된다면 지금 우리 맥주가 수입맥주에 밀려 소폭(소주와 맥주를 섞어마심)용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도 경쟁력을 잃고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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