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변평섭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지난 6월 11일과 12일 정부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1000여명이 동시에 지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체증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장관 주재로 열릴 회의가 1시간에서 30분씩 연기되었음은 물론이다. 지각사태에 발을 동동거리며 초조해하던 공무원의 머릿속에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꿈을 안고 탄생한 세종시에 과연 긍정이 앞섰을까, 비효율의 행정시스템을 원망했을까.

정말 앞에 소개한 사건은 세종시 출범 1주년을 맞는 오늘, 행정의 비효율로 압축되는 문제점을 잘 표현한 것이다. 316억원이나 들인 총리 공관이 평균 1주일에 1번꼴로 사용된다든지, 공무원의 출장비가 반년도 안돼 40억원을 육박했다는 뉴스도 그렇고 세종시 이주 공무원의 내집 확보율이 6.7%에 그치고 있다는 뉴스도 결국 서울 통근자들의 무더기 지각사태와 무관치 않다.

이와 같은 상황은 국회가 열릴 때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렇다고 여기서 뒤로 후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냥 주저앉아 머뭇거리면 우리의 역사는 퇴보하고 만다. 이 상황을 극복하고 나가면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IT강국을 이룩했듯이 행정시스템 역시 최고로 진화시킨 국가로 찬양받을 수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과거의 틀에 젖어 있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처갓집과 화장실은 멀어야 한다.'

옛날부터 조상들이 삶의 지혜로 전해준 속담들 가운데 이것처럼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 속담도 없을 것이다. 화장실의 경우 아무리 좋은 집이라 해도 속담대로 그것이 멀리 떨어져 있다면 주택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아파트는 물론 단독주택도 좋은 집일수록 안방에까지 화장실을 아주 가까이 배치하고 아늑함과 편안함을 갖추려 한다. 화장실을 방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탄생하는 주거 문화도 진화시켰다. 또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를 맡기기 위해 친정어머니와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하거나 심지어 처갓집으로 들어가 '처가살이'까지 한다. 특히 요즘처럼 '어린이집' 폭력사고가 사회문제가 되는 때에는 처갓집이야말로 최상의 '어린이집'이 아닌가. 그러니 '처갓집과 화장실은 멀어야 한다'는 속담은 요즘 시대상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 그것이 곧 우리 문명을 발전시킨 진화의 에너지다. 그것을 가장 웅변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스티브 잡스에 의해 이루어진 '아이폰'의 출현이다. 아이티(IT)와 전화(Phon)의 기능이 창의적으로 결합된 것이 아이폰. 우리 행정에도 스티브잡스가 이루어낸 IT와 전화의 융합을 고차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인천공항이 이런 이유로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인정받았듯이 우리의 많은 IT신화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세종청사에는 55억원을 들인 최첨단 영상회의장이 있으면서도 이를 이용한 영상국무회의는 6개월에 단 두 번밖에 사용을 안했다니 이 문제를 더 깊이 연구해야 될 것이다.

그리고 세종시에 국회 분원설치가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만큼 이와 함께 스마트워크를 통한 의회와의 소통 방법은 없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현안 중에 가장 시급한 세종시법 개정안을 하루 속히 통과시켜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이룩하고 세종시 자체의 균형발전을 이룩하는 것, 미래창조과학부가 세종시로 와야 하는 것, 이런 것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지금의 불편을 극복할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고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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