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칼럼] 이상윤 대전사랑시민협의회장

지난 5월 24일 공연된 대전시립무용단 정은혜 예술감독의 창작 춤인 ‘다섯 그리고 하나 2’가 화제를 모았다. 정 감독의 작품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대전을 상징하는 최초의 지역 춤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다섯 그리고 하나 1’의 후속작이다. 이렇게 대전에 대한 10가지 이야기가 완성됨으로써 대전을 대표하는 전통춤이 완성됐다.

무용에 문외한이지만 이번 정 감독의 창작 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밭북 춤이었다. 한밭북 춤은 과학의 도시인 대전을 로봇 춤으로 형상화시키면서 그동안 과학자들이 경험한 숱한 시행착오를 선조의 지혜와 에너지로 해결했다. 특히 북소리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고조되면서 마지막 우주선 발사에서 절정에 이르렀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져 깊은 여운을 남겼다. 또 갑천의 물줄기는 서정적으로 갑천의 유래를 잘 풀어냈다. 우리 민족이 어떤 역경이라도 극복하는 힘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한 작품이다. 계족산 환타지는 감성적인 듀엣춤이다. 남녀의 감칠맛나는 만남과 애절하고 탄력이 넘치는 움직임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고, 붉은 의상과 노을은 계족산 노을의 절경이 느껴지는 듯했다. 한밭규수춤은 여인들의 풋풋하고 고운 자태 뿐만 아니라 봄날 한밭 들판에서 뛰어노는 여인네들의 싱그러움이 고전적인 선율에 묻혀 흥겨움을 주었다. 대전양반춤은 책 읽고 연구해야 축복이 온다는 교훈적 메시지를 주는 작품으로, 보고 있노라면 잔잔한 웃음을 준다. 마지막 하나는 부채춤이다. 그동안 부채춤은 가끔 보았지만 이번 공연은 달랐다. 참으로 고풍 창연하고 활력이 넘쳤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작품을 감상하는 시민의 진지한 자세였다. 그들이 느낀 감흥을 박수로 아낌없이 표현할 때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오늘날은 각 지역마다 스토리텔링화 해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은 지방자치제로 도시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 변화에 맞춘 모색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얼마 전부터 지역문화의 새로운 창출에 관련된 얘기가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최근 ‘대전시 도시브랜딩 전략에 관한 연구’(2012년 최길수)’에 따르면 대전이 타 광역시에 비해 브랜드 가치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살펴보니 대전의 도시브랜드 진단에 따른 소재가 이번 공연의 내용과 일치하는 등 대전만이 갖는 뿌리와 정신을 담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면 10개의 작품을 따로 분리하거나 2∼3개씩 묶어 스토리텔링화해 문화콘텐츠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더 재미있고 의미있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들 필요성을 느낀다. 최소한 이번 공연은 대전에 대한 풍부한 문화자원이 생기고 시민과의 문화적 소통의 계기를 만들어줬다. 그러나 이런 자원이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활용돼 대전의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대전의 공식적인 행사마다 전통과 창조적 매개체인 대전의 춤이 행사를 수놓고 공연돼 최근 한류의 붐처럼 대전의 춤도 일어나길 바란다. 많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공유할 때 지속 가능한 붐을 일으킬 것이다. 대전 10무(舞)는 대전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 충분하다. 유성온천 설화와 갑천, 한밭, 과학의 미래도시라는 대전의 정서와 정신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빠져들 수 있는 공연 작품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대전의 춤을 국제적인 아이콘으로 육성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시립무용단 정기공연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주요행사의 문화 공연 장르로 정착돼 보다 대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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