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김대환 경제부 차장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친 대학들이 속속 여름방학에 돌입하고 있다.

대학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여느때와 다름없이 아르바이트 시장이 치열한 경쟁을 맞게 된다.

2학기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또는 해외 배낭여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등 각각 용처는 다르지만 본인 스스로 돈을 벌어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마음은 같다. 가뜩이나 녹록지 않은 경제사정 때문에 힘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 보다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서라도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이 기특하기만 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좋은 학벌을 활용한 과외로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돈을 벌고 운이 억세게 좋은 학생들은 수백대 1에 달하는 경쟁을 뚫고 근무여건이 좋은 공공기관 아르바이트 자리를 꿰찬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편의점에서 졸음과 싸우며 긴밤을 지새우고, 온유월 뜨거운 날씨 속에서 놀이동산 인형탈을 뒤집어쓰거나 공사현장에서 잡일을 하며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에 직접 나가기 전 치열한 노동의 현장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상당수 아르바이트생들은 현장에서 신성한 노동의 가치와 존엄을 배우기도 전에 왜곡되고 모순된 ‘갑을관계’의 현실을 먼저 접하게 된다.

최근 한 취업포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7명이 근무 도중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아르바이트생들은 휴게시간이나 출퇴근 시간을 무시하거나 무리한 연장근무를 요구하는 고용주의 횡포와 인격모독, 폭언·폭행을 경험했고 일부는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일부는 고용주나 상사로부터 성희롱과 스토킹을 당하기도 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해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아르바이트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대가로 물품 강매와 선불금을 강요해 돈을 벌기는 커녕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일도 빈번하다.

문제는 이러한 부당대우를 받고도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아르바이트생들은 노동부 등 관계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묵묵히 참거나 그냥 일을 그만두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관계 기관에 부당함을 호소할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데다 설사 그렇게 한다해도 그 과정과 절차가 간단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은 ‘갑’의 횡포를 그냥 참아넘기거나 어쩔수 없는 ‘을’의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당한 대응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사회에 만연한 ‘갑을관계’ 속에서 청년알바들은 ‘을 중의 을’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높은 실업률과 고용난 속에서 불안한 미래를 꿈꿔야하는 것도 서러운데 일찌감치 사회의 어두운면을 먼저 직면해야하는 것이 ‘88만원 세대’의 현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식으로 취업을 하기도 전부터 아르바이트 시장을 통해 ‘갑을관계’를 먼저 경험해야 하는 불쌍한 ‘을 중의 을’ 청년알바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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