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부터 100여편 선보여 문화중심공간으로 자리매김...‘연극공간 문’도 폐관 아쉬움

▲ 충북지역 공연문화를 이끌어 오던 문화공간 ‘너름새’가 오는 7월 중순 문을 닫을 예정인 가운데 이에앞서 연극공간 문이 폐관된 것도 뒤늦게 밝혀져 연극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사진은 지난 공연 장면. 극단 청년극장 제공

최근 충북지역에 연극 전용소극장이 폐관되거나, 폐관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연극인들에게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지역 공연문화를 이끌어 오던 문화공간 ‘너름새’가 오는 7월 중순 문을 닫을 예정이다. 1991년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에 개관한지 22년만의 일이다. 이곳은 개관 당시 건물주가 직접 공연장을 운영했으나 1998년부터 극단 청년극장이 입주, 상설 소극장으로 자리를 굳혀 왔다. 문을 닫는 이유는 올들어 해당 건물이 매각되어 건물주가 바뀌게 된 것이다. 건물의 사용 용도가 변경돼 지하 1층에 위치한 공연장이 문을 닫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측은 “너름새는 도내 연극인들은 물론 관객의 추억과 열정이 담겨있는 극장”이라며 “건물의 기존 소유주가 매각함에 따라 이자리에 다른 용도의 사무실이 들어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너름새’는 극단 청년극장의 활동거점으로 지난 90년대 소극장 부재 시대에 순수연극의 전초기지를 담당한 공간으로 평가된다. 객석 100석 규모로 그동안 100여편의 연극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며 소극장 공연문화의 산실 역할을 했다. 실험극, 사회극, 블랙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소화하면서 지역 공연계 문화중심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 초창기에는 춤공연을 비롯해 소극장 콘서트도 열리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후 지역 연극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관객들 곁에서 늘 호흡해 왔다. 극단 청년극장은 폐관에 앞서 마지막 공연으로 오는 21일부터 ‘엄마야 강변살자‘(이윤혁 연출)를 준비하고 있다.

극단 청년극장 관계자는 “소극장이 사라지는 것은 단지 극장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너름새 명칭 사용여부는 건물주와 협의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연극 전용소극장 ‘연극공간 문’이 폐관된 것도 뒤늦게 밝혀져 연극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2004년 청주시상당구 우암동 청주대 정문옆에 처음 문을 열었던 ‘연극공간 문’이 문을 닫은 것은 지난해 5월, 개관한지 9년만이다. 문을 연 이래 30여 회가 넘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폐관의 이유는 극장 시설의 노후화와 관객들이 저조한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지역에서 소극장으로 관객을 끌어모으기에는 한계성을 인식, 시설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문을 닫았다. 연극공간 문은 청사극단 대표인 문길곤 씨가 극단 자체 소극장으로 개관했다. 대학가 주변에 위치해 젊음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연장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50여 좌석을 갖춘 소극장으로 객석 규모와 무대는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많은 작품을 통해 감동을 던져주었다.

청사극단 대표 문길곤 씨는 “지역 연극계도 공연장 상당수가 운영난을 겪는 상황”이라며 “어렵게 결정을 내린 만큼 좀더 여건이 나은 공연장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근 대규모 공연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기존 공연장의 리모델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운영난도 배제할 수 없다.

공연계는 소극장 생존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극장도 이제는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과 시스템을 갖춰 공연계의 환경변화에 대처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 연극계 원로들은 "소극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야만 지역무대발전과 진정한 문화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며 "대형 뮤지컬이나 상업극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공연 생태계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lee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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