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영국 총리 '다문화 정책 실패했다'
한국도 결혼인구 10%가 다문화, 눈물 닦아주고 사회통합 이뤄야

베트남 캄란만은 월남전 때 미군과 한국군, 그리고 군 관련 민간회사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북적였었다. 그곳 수진마을이라는 곳에는 한국인을 아버지로 둔 길승호 씨가 살고 있었다.

소위 '라이따이한'. 한국인 남자와 베트남 여자에게서 난 혼혈을 말한다. 아버지는 다른 한국인 남자들이 그랬듯이 월남이 패망하자 이곳을 떠났고 아들은 아버지의 나라 코리아를 그리며 힘들게 살았다. 그의 조국은 월남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으로 늘 태극기를 방에 걸었다.

낮에는 미용사로 밤에는 유흥점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힘들게 생계를 이어가다가 2010년 12월 30대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의 나라에 가고 싶은 꿈을 죽어서 이루려 했는지 모른다. '사이공 김'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 12월에 올린 블로그는 길승호의 죽음과 장례에 이르기까지 딱한 사연과 사진들이 심금을 울리게 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끝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시집 온 베트남 여성은 7만 명을 돌파하여 전체 결혼이주여성의 34.3%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많은 여성들이 한국문화에 동화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여성이 자살을 했다든지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심지어 살해됐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아버지 나라를 그리워하다 숨진 라이따이한 길승호를 떠올리게 된다.

한국으로 시집간 그들 딸들의 갈등이 오죽했으면 베트남 정부가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려는 한국 남자들의 자격을 검증한 후 결혼을 허가하기로 했을까. 물론 베트남과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결혼 이민자수는 계속 증가추세여서 18만명을 뛰어넘어 전체 인구의 0.36%를 차지하고 있고 결혼 인구의 10~11%에 이르고 있다. 이제 어디를 가든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네팔,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 많은 여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다문화 가정' 사회가 된 셈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정책을 개발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많은 사건들에 부딪힐 것임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특히 이제 그 2세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커가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바르게, 제대로 크지 않으면 훗날 우리는 또 하나의 사회적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돈벌이에만 급급하여 마구잡이로 결혼 사업을 벌이는 '국제결혼중개업'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어떻게 다문화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며 다문화가정 2세들이 왕따 당하지 않고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키울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18대 국회에서 한때 논의되다만 '다문화가족청'신설을 다시 추진했으면 한다. 지금 지방자치단체에서 열심히 이 업무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가차원의 통합기구가 필요하다.

2년 전 영국 캐머런 총리가 '영국의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문화 가정의 모델로 평가 받던 스웨덴이 이슬람 문화와의 충돌로 큰 혼란을 겪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캐머런 총리는 그들의 다문화를 방임하다시피 방치함으로써 주류와 동떨어진 섹트만 형성했고 결국 이슬람 극단주의만 양성했다고 반성했다. 그의 말을 뒷받침하듯 지난 5월 22일 런던 한복판에서 무슬림 극단주의자에 영국군 두 명이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같은 영국의 다문화정책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다문화 가족청의 설치가 시급하다.

며칠 전 TV에 나온 어떤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이 베트남의 친정어머니와 전화를 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두고두고 생각난다. 그들의 눈물을 거두어 주고 우리 사회와의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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