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칼럼] 정동극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쓰레기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있어왔다. 문명사회가 되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쓰레기 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쓰레기는 보기도 좋지 않지만, 환경을 오염시키고, 오염된 환경으로부터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온다. 그래서 쓰레기 문제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여부가 그 나라가 선진화됐는지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국어사전에서 쓰레기는 ‘비로 쓸어 모은 먼지나 그 밖의 쓰지 못해 내다 버릴 잡된 물건을 총칭하는 말’로 정의된다. 이러한 의미로 볼 때 산업화나 도시화 이전의 쓰레기는 쓰지 못할 잡된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먹고 남은 음식물은 개, 소, 돼지 등 가축들이 먹어 없앴다. 옷가지 하나도 아끼고 물려주고 재활용하고 마지막엔 걸레로 썼기 때문에 헝겊 넝마도 거의 없었다.그러나 산업화, 도시화와 문명화가 고도화 되면서 쓰레기 개념은 쓰지 못하는 물건이 아니라 쓸 수 있는 물건이라도 그냥 버리는 폐기물 개념으로 바뀌었다. 인간들은 소비를 향한 욕망을 구현하기 위해 경쟁적인 과시적 소비를 탄생시켰고, 쓸 수 없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유행의 물결에 올라타면서 쓰던 물건을 구식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물건을 갈망하면서 쓰레기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 1일 쓰레기(폐기물을 포함 총칭) 배출량은 2009년 기준 35만 7864t이며, 그 중 생활쓰레기가 5만 908t, 사업장쓰레기가 30만 6956t이라고 한다. 생활쓰레기는 음식물, 종이, 금속, 유리, 비닐 등 다양하며, 1일을 기준으로 1인당 약 1㎏을 하루에 배출하는 것으로 환경부 환경통계에서 밝히고 있다.

문제는 농촌의 쓰레기 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으나 도시와는 달리 농촌의 지자체나 주민 어느 누구도 그러한 문제를 진지하게 인식하고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과 농촌쓰레기 줍기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렇게 아름답고, 정겨워 보이던 시골농촌에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쓰레기를 찾아 주울 때, 사무실 근방에서 한참을 주워야 채울 수 있었던 봉투가 금방 채워지는 것은 물론 너무나 커다란 쓰레기는 봉투가 아닌 수레에 실어야 했다.

쓰레기가 발견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줍지 않아 매년 흙 속에 묻혀 발견되지 않은 쓰레기를 생각할 때, 이제 쓰레기는 도시가 아니라 바로 시골 농촌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농촌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후보나 정당도 그 해결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우거나, 언론이 이슈화하여 다룬 적이 없다.

그러면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일본을 방문해보면 거리에서나 농촌에서 쓰레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깨끗한 일본을 만든 것은 16세기 이후부터 조직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민 자치회의 역사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자치조직을 통해 쓰레기 등 환경문제의 중요성과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습관이 하나의 국민성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결국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쓰레기로 인해 초래되는 여러 가지의 심각한 문제를 위정자들이나 주민이 인식해야 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다른 어느 정책보다도 우선해서 실천하고, 주민 스스로가 그 실천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문제와 해결방안을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언론의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객관적이고 공정한 모니터링을 통하여 신상필벌(信賞必罰)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전국토에 차곡차곡 쌓이는 쓰레기더미는 우리세대에 치워버리고 미래의 자산인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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