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김일순 사회부 차장

‘춤추는 세계 여행자’로 유명한 매트 하딩(Matt Harding)이 최근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한국관광공사의 초청을 받아 입국한 매트 하딩은 서울 숭례문 앞에서 미국인 관광객 15명과 함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모습을 촬영했다. 이 동영상은 미국여행업협회가 미국에서 한국의 여행 상품을 소개하는데 활용된다고 한다. 미국 출신의 비디오 게임 개발자였던 매트 하딩은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세계 여행을 떠나 유명한 관광지에서 우스꽝스러운 특유의 ‘막춤’을 추는 모습을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YouTube)에 올려 기록적인 조회 수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는 2005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천연국립공원인 브윈디 숲과 멕시코의 고대 유적지인 몬테 알반 등 12개 국가의 관광지에서 혼자 막춤을 추는 동영상인 ‘댄싱(Dancing)’을 유투브에 공개해 폭발적인 반응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에 남극 네코항과 에콰도르 갈라파고스섬 등 36곳에서 막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두 번째 동영상이 공개돼 인기를 더해 갔다. 2008년에 공개된 동영상에는 그동안 유명세를 반영하듯 69곳의 유명 관광지에서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현지인과 함께 흥겨운 막춤을 춰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이 동영상에는 한국의 숭례문과 판문점도 등장해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2012년 동영상에는 북한 평양에서 한복을 입은 주민들과 춤을 추는 장면도 나오는데 극도로 보수적인 북한 당국이 촬영을 허락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그는 지금도 유명 기업체의 후원을 받아 세계 각국을 돌며 여행을 계속하고 있으며 ‘도대체 매트는 어디에 있는 거야(Where the Hell is Matt)’라는 사이트를 통해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공개를 하고 있다. 그는 유명세를 발판으로 책도 펴냈으며 강연활동과 함께 자신의 사이트에서 티셔츠와 비디오를 판매하고 있고, 비자카드 광고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막춤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결합시킨 창의력으로 수익까지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주창자인 영국의 경영전략가인 존 호킨스는 “창조경제는 아이디어를 파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창조경제를 이루는 것은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규정했다. 또 창조경제는 자본보다 아이디어의 가치를 높게 두는 것으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실현이 가능하며 그 시작은 문화산업이라는 말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매트 하딩의 말춤은 창조경제의 모델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도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아이디어와 콘텐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수 싸이를 예로 들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시건방 춤'의 최초 안무가에게 저작권료가 지급된 사실을 언급하며 창의력을 인정하는 모범 사례로 치켜 세운 것이다. 창조경제는 참신한 아디이어와 열정을 바탕으로 창업 생태계를 구축,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매트 하딩의 막춤이나 싸이의 말춤처럼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창의력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익모델은 다양한 분야에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더욱이 막춤과 말춤이 세계 공용인 유투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한 것처럼 기발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경쟁력을 갖춘 독특한 콘텐츠만 생산한다면 세계인을 상대로 막대한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개념이 모호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는 창조경제는 멀리 있지 않다.

관건은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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