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양혜령 편집부 차장

매일 출근 전 20개월 된 딸을 맡기기 위해 대전시 서구 갈마동에 위치한 대전광역시립어린이집을 찾고 있다. 삐약삐약 말을 하기 시작한 딸이 5개월 됐을 때쯤 맡겼으니, 벌써 15개월이나 흘렀다.

시립어린이집은 엄마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자자한 곳으로, 아이가 세상을 마주보기도 전 신청해도 원하는 날에 들어가기 힘들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선생님들 모두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돌봐주는 데다, 녹색 정원이 어우러진 시설과 체계적인 프로그램 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게 없으니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하다.

업무 특성상 매일 야근을 해야 하는데, 이 어린이집은 야간보육까지 실시 중이다.

낯 뜨거운 자식 자랑이고, 모든 부모들이 제 자식을 볼 때마다 생각하는 근거 없는 자부심이겠지만,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딸을 볼 때마다 '건강하고 똑똑하다'고 말한다. 직장에 다닌다고 아이에게 신경도 못썼는데 잘 적응해준 딸이 기특하고 고맙다.

기지도 못하던 딸을 이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정성으로 돌봐준 덕분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런데 아이가 커 갈수록 고민이 생기고 있다.

영유아 전담시설인 시립어린이집의 경우 만 3세까지만 다닐 수 있어 2015년이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러 어린이집을 살펴보고 있지만 모두 마땅치가 않다.

직장에서 가까운 국공립 어린이집 두 곳에 문의를 했는데, 한 곳은 야간보육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 곳은 야간보육을 운영하나, 대기자가 넘쳐 2년후 에도 입학이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최근 곳곳에서 잇달아 터지고 있는 아동 폭행을 비롯해 각종 사건을 생각하면, 아무 곳에나 아이를 맡길 수 없는 것이 모든 부모들의 심정일 것이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시립어린이집에서의 경험에 비춰 보고, 주변 이야기를 종합하면,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료를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어린이 보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아이를 좀 더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전지역 국공립 어린이집은 28개소 뿐이다.

세종특별자치시 5곳과 제주도 21곳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적다.

민간어린이집은 1640곳으로 전체의 98.3%를 차지한다. 유치원도 국공립은 90개소(3월기준) 215학급에 불과한 반면, 사립은 170개소 988학급으로 전체의 82.1%를 점유하고 있다.

국공립 및 공공형 어린이집을 늘린다는 이야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 공약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0-5세 보육료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국공립 및 공공형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폭 확충한다고 발표했다.

또 국공립 어린이집 100곳을 올해 새로 만들고, 공공형 어린이집도 700곳을 추가 지정한다고 밝혔다.

발표대로라면 전체 보육아동의 25%인 34만명의 영ㆍ유아가 국공립ㆍ공공형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을 매년 늘려 2017년에는 국공립ㆍ공공형 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직장을 가진 엄마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정부의 발표가 계획대로 실행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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