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청년의 ‘문화재 사랑’ 문화재에 생기를 불어넣다
대전의 숨겨진 문화유산 시민들에게 알리는 작업
영화관 가는것도 좋지만 문화재를 많이 찾았으면
아는 것을 나누는 것이 내가 꿈꾸는 ‘행복한 꿈’

▲ 지역의 문화유산을 알리는데 열정을 쏟고 있는 26살 청년 윤순상 간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장수영 기자 furnhanul@cctoday.co.kr

“제 꿈은요, 내가 아는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예요!”

순상 씨는 대책없이 긍정적인 청춘이다. 그가 자기 삶에 매긴 점수는 10점 만점에 9점. 최저생계비로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늘 해맑게 웃는다.

윤순상(26) 대전문화유산울림 간사는 문화재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을 한다. 대전문화유산울림은 대전의 문화재를 시민들의 삶 속에서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고 의기 투합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사단 법인이다.

순상 씨는 문화유산울림의 활동가 중 막내이다. 몇달을 고심하고 노력해 프로그램을 준비한 끝에 사람이 모이고 문화재를 찾은 이들이 활기가 도는 모습을 볼 때면 그는 가장 행복하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그는 취업 걱정을 하기 시작하는 대학 3학년 ‘어떻게 먹고 살지?’가 아닌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후회없이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순상 씨는 군 제대 후 우연한 기회로 참여한 ‘산성 캠프’에서 처음 문화재와 마주했다. 캠프에 참여한 가족들이 보잘 것 없는 산성 위에서 체험 활동을 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재 사업의 가치를 깨달았다. 국사 책 구석에 등장하는 옛 유물이 아니라, 전해 내려온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지금도 가득한 곳. 순상 씨에게 문화유산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우리 삶의 일부인 것이다.

“우리의 성은 가족도 지키고, 이웃도 지키고, 나라도 지키고, 모든 걸 지키는 마음으로 지어진 것이예요” 대전에는 26개의 산성 문화재가 존재한다. 그 만큼 산성은 대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산성 캠프’는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부터 지키자는 의미로 시작됐다. 캠프에 참여한 가족들은 계족산성에 올라가 주어진 미션도 수행하고, 역할극도 펼친다. 올해는 순상 씨의 아이디어가 가미돼 산성 위에서 ‘런닝맨’을 진행했다.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산성 이야기를 들려주고 대전의 산성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는 ‘나는 성주다’는 2년 째 진행해 온 프로그램이다. 여러 산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에게 산성은 더 특별한 의미가 됐다. 버려진 돌무지도 그 역사와 의미를 발견하면 소중한 문화유산이 된다는 것. 그가 문화재 일에 더 열정을 쏟는 이유다.

청년 윤순상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그는 송준길 선생이 후학을 기르던 ‘동춘당’에 아이들이 올라가 공부도 하고, 조선 시대의 유교 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제자들에게 강의를 하던 우암사적공원에서 ‘북벌론’에 대한 송시열와 효종의 대화를 연극으로 상연해보자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원도심에 덩그러니 남겨진 옛 충남도청사를 바라보며 그는 그 안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이야기들을 상상해본다. ‘도청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는 오랜 세월 도청을 오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또 하나의 유산을 만들어 보자는 기분 좋은 생각이다. 그는 이런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순상 씨는 사람들이 다시 문화유산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영화관에 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 주변의 문화재에 대해 좀 더 알고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삶 속에 있는 문화재에 생명을 불어넣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패기. 초긍정 청춘 윤순상은 그 패기를 장착하고 오늘도 달린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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