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정책 외벌이 집중돼 워킹맘 아이키우기 힘들어
대부분 시설 야간보육 안해… 국·공립시설 확대 시급

#1 직장생활 10년차인 김대철(37·가명) 씨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전쟁을 치른다.

오전 7시 이전에 3살난 아이를 안고, 처갓집에 갔다가 장모에게 맡긴 후 아내를 직장으로 태워다 준 뒤에야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어린이집이 오전 8시 이전이나 오후 6시 이후에는 아이를 받지 않기 때문에 아침과 저녁에 앞뒤로 2시간 정도 아이를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집 근처에 처갓집이 있고, 들어가기 힘들다는 공립어린이집에 애를 맡길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2 워킹맘 이지연(39) 씨는 갑작스런 임신이 달갑지 않다.

이 씨는 "큰 애와 작은 애 모두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데 매달 여기에 나가는 돈만 120여만원이 넘는다"면서 "여기에 생활비에 부모님 용돈 등을 포함하면 애 아빠와 같이 벌어도 1명이 버는 돈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두 아이에 셋째까지 고려하면 적지 않은 육아비용이 부담스럽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파격적으로 늘린다고 했지만 그 공약은 도대체 언제쯤 지킬 것인지 궁금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맞벌이 부부들이 뿔났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아이만 낳으면 보육에서 교육까지 모두 책임지겠다"고 공언했지만 맞벌이 가구의 가장 큰 불만이 바로 보육·교육정책이다.

최근 정부는 '국가 책임 보육' 차원에서 '0∼5세' 보육료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국공립 및 공공형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전 등 각 지자체와 시·도교육청들도 이와 연동해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확충하기로 하고, 현재 추진 중이다. 그러나 맞벌이 가구는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외벌이 가구에게만 집중되면서 상대적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우수한 보육·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공립 시설보다는 민간 시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실제 대전의 경우 사립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서는 아동 1인당 매월 40만~60만원을 부담해야 하며, 국공립 유치원 증설 계획도 이들 민간시설들의 조직적인 반대에 가로막혀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유치원은 각종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학부모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아직도 민간 보육시설이 학부모들로부터 신뢰를 쌓지 못하면서 국공립 시설로의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들 민간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국공립·직장 보육시설 확충 등이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전의 국공립 어린이집은 28개소(4월 현재)인 반면 법인과 가정 등 민간 어린이집은 1640개소로 98.3%에 달했다.

유치원의 경우 국공립은 90개소(3월 기준), 215학급에 그친 반면 사립 유치원은 170개소에 988학급으로 전체의 82.1%를 점유하고 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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