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박진환 문화과학부 차장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계속된 인사 진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마치고도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새 정부 고위직 인사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관 국방,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여기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역시 채택이 무산된데 이어 서기석, 조용호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도 수포로 돌아갔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까지 본다면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까지 포함해 모두 8명이다.

심각한 북한사태와 경제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놓고 보면 가장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향후 5년의 국정을 책임질 행정부가 인사조차 매듭짓지 못하는 형국이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야당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언론 등 일부 매스컴이 마녀사냥식 인신공격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할 뛰어난 인재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고, 내쫒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를 봐라보는 국민적 여론도 제각각이다.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있는냐, 웬만한 문제는 그냥 덮어주고,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정부가 무슨 범죄조직도 아니고, 이런 인사들을 어떻게 믿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있냐"는 반론도 있다.

현 정권이나 과거 정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낙마한 인사들을 면면히 살펴보면 그들 대부분이 작든 크든 현행법을 위반했거나 사회 통념상 용납받지 못한 윤리적 결함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세금 탈루,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 모두 실정법 위반 사범들이다.

최근에는 논문표절에 거짓 증언 등의 비도덕적 인사들도 적지 않다.

이들 중 일부분은 운(?) 좋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점잖게 있다가 국민적 망신만 당하고, 물러난다.

그러면서도 일말의 책임이나 죄책감 없이 '나는 마녀사냥에 당했다'는 논리를 피며,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정치권과 언론도 자진사퇴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고, 조용히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 주소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진 이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했거나 기소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이들의 불법행위가 대부분 경범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가 배운 법전에서는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한 지인은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강조하며 "이들의 불법적 행태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고 있지만 사법당국이 수사를 했다는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 권력도 없고 배경도 없는 사람이 죄를 지면 기소하고, 권력을 가졌거나 든든한 배경이 있는 인사는 왜 기소조차 하지 않는지, 또 이런 문제를 왜 거론조차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필자가 느낀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도 이와 같다. 검찰이나 경찰 등 사법당국의 고위 인사와 친하거나 대형로펌에 의뢰할 정도의 재력을 가진자들이 정말 그에 합당한 처벌과 징계를 받았는지 의문이 든다.

심지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자신의 최측근을 모두 특별사면 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정말 특별한 사면이었다.

한국 사회가 경제적 수준이 아닌 사회·제도적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특별함이 사라져야 한다.

편견이 없고, 모두가 공평한 사회,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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