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들, 시설나오면 갈곳 없다
시설 입소 1~2년 후면 퇴소 경제적 자립기간 사실상 불가
자격증 따고 나와 취업 해도 아이와 살기엔 부족한 월급 지원정책, 우선순위로 수정해야

? ?
?
? ? ?
?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으로 양육 부담을 지게 된 미혼모들이 미혼모자시설 퇴소 후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거나 다시 임신해 재입소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출산 후 부모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미혼모들에게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미혼모자시설이나 미혼모 그룹홈 등 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같은 시설의 미혼모 수용 기간이 1~2년에 불과하고, 이 기간 사회에 적응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재원마련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은 퇴소가 임박한 미혼모들에게는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실제 대전의 한 미혼모자시설에 따르면 퇴소를 앞둔 미혼모 중 본래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20% 안팎에 불과하고, 결혼이나 취업 등으로 안정적인 자립을 하는 사례는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 미혼모들은 퇴소 후 친구 집에 얹혀 살거나 값싼 월세방이나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가기 일쑤라는 게 이 시설 측의 설명이다.

지역의 한 미혼모자시설 관계자는 “한부모가정 출신이거나 출산 후 부모와 연을 끊는 미혼모들이 많아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례가 매우 적다”며 “대부분 미혼모들은 퇴소 후 친구의 집을 찾거나 싼 월세방을 찾아 생활하고 있고, 극단적으로는 다시 임신을 해 재입소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 미혼모에게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월 20만원 가량의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며 생활을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미혼모들은 시설 수용 기간 제과·제빵, 피부미용사 등 단기 취득이 가능한 자격증을 따고 있지만 퇴소 후 취업에 성공한다해도 월 50만~60만원 가량의 ‘아르바이트 수준’의 임금을 받는 데 그쳐 목돈을 모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미혼모자시설 퇴소가 임박한 김모(17) 양은 "원치 않는 출산을 계기로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아 스스로 집을 얻어 아들과 정착해야 하는데 모아둔 자금이 없어 갑갑하다"며 "모자원생활을 연장하고 계속 일을 해서 돈을 모아 아이와 안정적인 자립을 하고 싶지만 현재 받고 있는 임금으로는 뚜렷한 대책이 서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혼모자시설들은 퇴소를 앞둔 시점에 자립준비가 안된 청소년 미혼모들에게 ‘한부모가정(모자원)센터’ 생활을 권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경쟁률이 높아 입주가 어려운 실정이다.

시설 관계자는 "모자원은 청소년 미혼모만을 위한 시설이 아닌 나이제한 없이 미혼모라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는 시설로, 1세대당 200만~300만원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퇴소를 앞둔 미혼모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며 “그러나 수용 인원이 50세대에 불과하다보니 경쟁률이 높아 입소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박수경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미혼모나 한부모가정 지원의 우선순위를 앞당겨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들이 시설 퇴소 후 자립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며 “실제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새로일하기센터 등 경력단절여성 지원 프로그램을 싱글맘 지원정책과 연계, 시스템화 한다면 실질적인 미혼모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