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김일순 사회부 차장

“도대체 창조경제가 무슨 말입니까?”

“창조경제란 결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겠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워크숍 회의장.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논하는 자리에서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개념을 놓고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과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사이에서 벌어진 대화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아젠다인 창조경제를 둘러싸고 개념적인 모호성으로 논란이 뜨겁다.

창조경제를 구체화하고 추진해야 할 국정 운영의 핵심 축인 정부와 여당에서도 정확한 용어 정의가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정리에 나섰지만 이해의 폭은 넓혀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정부 부처 업무 보고에서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 해결도 창조경제 대상이라고 지목하며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역설해도 정작 가시화된 것은 주식시장에서 건축용 층간 소음 완충재를 생산하는 업체의 주가만 급등했을 뿐이다.

이러다가 정작 창조경제는 펼쳐 보지도 못하고, 뜬구름 잡기 식 정의 내리기와 해석에만 매몰돼 국정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대전시가 민선 5기 후반기 핵심 정책 이념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시책인 사회적 자본 확충도 쉽게 다가오지 않는 학술용어라는 점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지난해 8월 호주 방문 이후 ‘경제 성장’과 ‘복지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대전형 사회적 자본 확충’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전시의회에서 사회적 자본 확충 조례가 제정되고, 전담 조직을 구성해 구체적인 전략방안과 실천개념 등을 마련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개념적 모호성이라는 한계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야 할 직원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사회적 자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직원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용어 자체가 주는 거리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염 시장이 “사회적 자본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면 쉽게 이해하는데 학술용어라 직접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며 “제목만 들어 알 수 있도록 정책 명명화를 고민해 달라”고 주문할 정도다.

창조경제와 사회적 자본은 그 모호함으로 명확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아 성공적인 네미밍화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광의적·포괄적인 개념으로 넓은 해석이 가능해 정부나 자차단체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것은 장점이다. 집권 초기 정권 운영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박 대통령과 임기 후반 추진 시책을 마무리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염 시장에게는 새로운 모멘텀 마련이 절실하다. 마냥 개념 정립 논란에만 머물러 있을 만큼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대통령과 시장 모두 정해진 임기가 있고 단계별로 추진해야 성공 확률이 높은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서론이 너무 장황하고 길게 이어진다면 본론에 이어 결론 도출은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추상적인 개념이 와 닿지 않는다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구체화 작업을 통한다면 더욱 실감나게 설명이 된다. 머릿속 구상을 현실화하는 것 만큼 그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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