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충남도 행정부지사

새해를 맞아 주위에서 많은 희망과 바람으로 덕담과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을 흔히 본다. 작년 한 해가 어려웠던 이는 지난날을 먼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고, 많은 성취가 있었던 이는 그 보람과 기쁨을 안은 채 '새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됐으면…'하고 소망하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이 연속적이라 하더라도 한 해 한 해로 나뉘어지고 마지막 날과 처음이 자주 있는 것은, 지나온 날과 나를 되돌아 보며 생각을 정리하게 하고 새로운 의지로 희망차게 새출발을 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지난해 말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85%가 현재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답했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50대 이상과 월소득 100만원 이하의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현재의 행복이 자기 위안과 현실 안주에 의해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현실에 안주한다는 것은 닥쳐올 위기에 둔감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IMF외환위기 극복, 새천년에 대한 대비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아픔과 어려움을 딛고 숨가쁘게 달려 왔다.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역동적으로 성장엔진을 재가동시켰고, 16대 대통령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 큰 기대와 희망을 안고 새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은 우리가 현재의 조그만 성과에 만족할 여유마저 주지 않고 우리를 계속 채찍질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석학들이 모여 세계의 주요 이슈에 대한 발표와 토론을 하는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기도 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논의들은 인류가 나아갈 방향의 제시와 미래에 대한 유용한 예측가능성 및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지난 99년 '책임있는 세계화', 2000년 '세계화는 불안한가', 2001년 '글로벌 시대에서의 지속성장과 격차해소'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인터넷, 유전자 혁명과 결합한 세계화의 진전은 지식기반산업의 특성인 짧은 지식교환 주기로 인해 앞서가는 국가간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가 초점이 됐다.

세계경제포럼의 논의대로 세기말에 화두가 됐던 세계화로 인한 정보화 격차, 디지털과 바이오 기술혁명 등 지식기반의 국가경쟁체제는 이미 성숙돼 경제·사회·생활양식 등 모든 면에서 일대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세계 일류의 경쟁력을 가진 국가만이 생존과 국민들의 삶의 행복을 기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양의 해인 올해 다섯번째 생일을 맞고 있는 복제양 돌리, 2001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의한 인간 유전자 지도의 완성에 이어, 최초의 클론 인간이 탄생했다는 발표가 있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러한 기술혁명에 의해 촉발된 대전환의 시대에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국가와 우리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올해는 특히 새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함께 변화와 화합을 각계 각층과 언론에서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어느 때보다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극심하게 불어올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임은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해 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변화의 주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동안의 실패를 거울삼아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통합에 노력해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의 견해 차이가 드러났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관련, 아일랜드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마이너스 경제성장, 신·구교간 종교대립, 지역갈등 등 유럽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였던 아일랜드는 지금은 IMD 국제경쟁력 7위, 국민소득 9위의 잘사는 나라가 됐다. 이러한 드라마틱한 반전의 배경은 대립과 갈등을 계속할 경우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에서 제 몫 찾기에 앞서 대화와 타협에 의한 양보와 원칙에 입각한 공동의 이익을 우선하는 공유된 주인의식으로 합의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 등 상호 이익이 충돌하는 사안일수록 내 몫 찾기에 앞서 국가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 입각, 가장 바람직한 대안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찾아가는 합의 과정에서 국민적 통합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계미년 양띠해를 맞아 평화와 화합의 상징인 양처럼 따뜻하고 순한 마음들을 함께 나눈다면 가능하리라.

금년말 마지막 달력을 넘기면서 '늘 올해 같기만 했으면…'하는 희망과 성취의 보람을 느끼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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