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수기 대상 김려화씨

사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되십니까?

생기발랄한 소년소녀들이 만물의 정기로 차넘치는 자연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요, 청춘남녀들의 열렬한 사랑도 사랑이며 로인들의 붉게 타는 황혼을 사랑하는 마음도 사랑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은 엄마의 끝없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 엄마는 언제나 자아희생적이며 헌신적이며 자애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옵니다.

아이들을 예뻐한다는 단 하나의 리유로 무작정 유아교육에 참가하였습니다.

격정과 랑만, 신심으로 부풀은 마음으로 새싹유치원이라는 교육현장을 찾은 나였지만 엄마다운 사랑을 전제로 하는 이곳에서 부동한 환경에서 자란 애호와 성격, 개성이 전혀 다른 몇십명 아이들을 하나같이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감안하였습니다.

"어머니도 되어 보지도 못한 내가 진정 애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엄마의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개혁개방의 물결따라 출국 바람이 불어치고 있는 때인지라 결손가정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사랑이 배고픈 애들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진이라는 애는 부모가 출국한 뒤를 이어 믿고 있던 할머니마저 출국하자 부득히 둘째할머니네 집에 얹혀 살게 되었습니다.

워낙 과묵하고 주먹만 휘두르는 이른바 '들소' 같은 애인지라 처음에는 리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다른 애들에게 자주 상처를 주는 진이가 밉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하루 아침 "얘가 내 시계를 부엌 아궁이에 넣었어요. 영 좋은 건데…. 왜 점점 심술이 늘어가는지…"라고 하시며 속상해하는 그애의 둘째할머니가 나를 찾았습니다.

"왜 그럴까? 전에는 안 그랬다는 애인데…. 어떻게 하면 좋지?"

밤잠을 설치며 고민고민하던 중에 사랑이 부족하여 심리평형을 잃었다는 생각이 뇌리를 쳤습니다.

믿었던 둘째할머니마저 새남편을 맞이하여 집에서 소외당하는 느낌을 받던 애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말썽을 일으키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이 제일 좋은 약이겠지. 그렇다면 유치원에서 진정 엄마사랑을 준다면…"하는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다음날 아침부터 즉각 실시에 들어갔습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엉뎅이를 다독여주면서 인사를 나누었고 조금이라도 진보가 보이면 놓칠세라 칭찬도 해주고 안아도 주고 이야기도 나누었으며 날마다 머리양식도 바꾸어가면서 멋지게 땋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조금씩 진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가서도 많이 나아졌다며 기뻐하는 진이의 할머니와 얼굴에 웃음이 담뿍 담긴 진이를 보며 사랑을 주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느꼈습니다.

산뜻한 옷을 입고 교탁 앞에서 애들에게 지식이나 전수하고 밖에 나가서 함께 뛰놀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였습니다.

밥먹여 달라고 '선생님'을 부르고 화장실이 급해도 '선생님', 잠투정하면서도 '선생님', 코가 나와도 '선생님', 하루에도 수십번씩 불리며 팽이처럼 돌아치다가도 집에만 오면 숟가락을 들맥도 없어 그대로 침대에 녹아듭니다.

그때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매일매일 애들과 씨름하며 내 청춘을 흘려보내야 하나?"하는 생각으로 방황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였습니다.

그러다가도 초롱초롱한 애들의 눈빛이, 따뜻한 애들의 말 한마디가 나에게 크나큰 힘을 안겨줍니다.

그래서 방황을 털고 또다시 일어납니다.

지난 가을부터 어쩐 일인지 손이 부어나고 하나둘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터진 자리에서 빨간 피가 스며나오며 그 고통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탁아반에서 애들과 함께 보내려면 하루에도 몇번씩 손을 씻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눈물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금방 선생님을 바꾸어 마음이 편하지 않은 애들을 두고, 조금만 일어설 기미가 보여도 눈물이 방울짓는 애들을 두고, 아픈 손을 보며 어쩔줄 모르는 나한테 와서 "선새미 아파? 금영이 불어주까?"하며 호호 불어주는 귀여운 애들을 다른 선생님한테 맡기고 차마 결근을 할 수 없었습니다.

토요일을 기다려 병원에 갔는데 "빨리 왔더라면 이렇게까진 안됐을텐데…"하며 의사선생님은 안타까와합니다.

손을 씻지 말고 휴식하라는 의사선생님의 권고를 뒤로 하고는 붕대를 감은 손에다 약을 한아름 들고 병원문을 나서서 곧장 유치원으로 향했습니다.

많고 많은 직종 중에서 내가 선택한 직업이기에 또 사랑을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직업이기에 나는 행복합니다.

사랑은 교사의 생명입니다.

"교육의 비밀은 어떻게 애들을 사랑하는가 하는데 있다."

어느 교육가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큽니다. 새로운 애기반을 맡으면서 그 의미를 더 한층 깊이 터득하게 되었고 내 좌우명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아침마다 엄마목을 꼭 안고 벌버둥치는 대현이를 받아안으며 함께 눈물을 흘렸고 입안의 밥이 뜨겁다고 뱉어내는 은주에게 호호 불어서 다시 떠넣어주며 점심마다 내 목을 안고 "엄마테 가자, 신 신고 모자 쓰고 가방 메고"하면서 보채는 원정이한테 볼을 비비며 "그래 가자, 신 신고 모자 쓰고 가방 메고"하면서 잠이 들 때까지 등을 다독거려주면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반년이라는 시간에 사랑이라는 징검다리로 애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습니다.

저는 애들이 좋아하고 저 또 좋아서 하는 유치원 교원입니다.

"돈 많이 버니까 외국에 나오라"는 권고도 "외지에 나오면 일자리 많아 거기서 고생할 거 있냐?"하는 오빠의 권고도 있지만 나는 오늘도 어떻게 하면 애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애들의 자신심을 키워줄까? 하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면서 애들의 '엄마노릇' 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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