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령(편집부 차장)

끔찍한 소식이 가슴을 짓뭉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누군가의 아이가 태권도장을 갔다 돌아올 때 타고 온 버스에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도복 자락이 학원버스에 끼었고, 5미터 가량 끌려가다 트럭에 머리를 부딪쳤다는 것이다.

학원버스에는 인솔교사가 없었다.

운전자는 어린이가 안전하게 내렸는지 확인하지 않고 문 닫는 소리에 출발했다고 한다.

채 피지도 못한 어린 생명을 앗아간 운전자는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고, 음주나 과속 등 중대 법류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만 받았다.

누군가의 가정을 조각냈을 사건치곤, 법의 판단이 가볍게만 느껴진다.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운, 어린 생명을 앗아간 어이없는 사고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충북 청주에서 여자 어린이가 학원버스 문에 끼인 채 끌려가다 숨졌고, 2010년 1월 광주에서도 같은 사고로 한 어린이가 세상을 떠났다.

엄마 품에서 한창 재롱부리며 친구들과 웃고 떠들어야 할 어린아이들이 어른들로 인해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피해 아이들의 부모는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고, 운전자와 우리 사회를 원망하며 통곡하고 있을까.

기자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어린이 통학 차량 관련 사고는 다행히 감소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243건이나 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4명의 어린이가 숨졌다는 점에서 여전히 심각한 문제이며, 대책 마련 역시 절실하다.

곱게 기른 내 자식이 밖에 나갔다 들어왔는데, 손톱 밑이라도 생채기가 났다면 어느 부모 마음이 편할까.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 관련 차량 운전자가 이수해야 할 교육시간은 3시간으로, 40시간을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는 또 3년마다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교육을 받지 않아도 법적 제재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한 국회의원이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는 점이다.

어린이가 안전한 곳에서 하차하는 것을 확인하는 등 법에 명시된 안전 의무규정을 반복해 어길 경우, 교육시설에 대한 운영정지 및 인가·등록을 취소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통학버스 안전운행 교육을 받지 않을 경우, 운전자나 교육기관 운영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넣었다.

그런데 법이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없다.

강력한 처벌 규정도 필요하겠지만, 어른들의 안전의식과 어린이를 보호하는 책임의식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보조교사를 동승시켜 아이들의 안전한 하차를 돕고, 여의치 않다면 운전자가 직접 아이들이 안전하게 차에서 내렸는지 확인한 뒤 출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는 차량 문이 완벽히 닫히지 않았을 경우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거나, 경보음을 울리게 하는 기계적 장치 등도 정책적으로 고려해봄직 하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오늘도 수많은 아이들이 통학버스를 타고 오가고 있다.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 때문에 어린이들이 희생당했다는 소식이 더 이상 들리지 않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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