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음주사고 내도 출국하면 ‘끝’
피해자와 합의없이 강제출국 … 보상길 없어
관련기관 “현행법상 어쩔수 없어” 손 놓아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발생했지만 피해자가 보상 받을 길이 없어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관련 기관들은 현행법상 어쩔수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피해자 측에 따르면 충북 진천군에 거주하는 이모(79) 씨는 지난 11일 오후 3시30분 진천군 광혜원면 중심부 회전교차로에서 4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몽골인 A 씨가 몰던 승용차와 접촉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이 씨는 골반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 씨는 사고 직후 진천성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지금은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피해자 가족들은 전치 6~8주의 진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고 직후 이뤄진 진천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A 씨는 불법체류자로서 무면허, 무보험에 음주측정 결과 0.148이 나왔다. A 씨가 몰던 차량은 A 씨의 몽골인 친구 B 씨가 한국에서 몰던 차량으로 B 씨가 몽골로 귀국하면서 A 씨가 몰고 다녔다.

진천경찰서는 이 씨가 교차로에 먼저 진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A 씨를 가해자, 이 씨를 피해자로 분류해 사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A 씨는 11일 교통사고 조사 후 바로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로 신병이 인계됐다.

이 과정에서 내국인간의 사고였다면 당연히 이뤄져야 할 피해보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천경찰서는 이미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로 A 씨의 신병을 인계했고,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 씨를 조만간 강제출국 시킬 예정이다. A 씨가 강제출국 당하면 이 씨는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막막해 질 수 밖에 없다.

청주외국인보호소 관계자는 “경찰에서 불법체류자의 신병을 인계 받을때는 민·형사상 일체 책임이 종결된 것으로 본다”며 “피해자와의 보상이 끝나지 않았어도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관여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여권이 있고 비행기요금을 지불할 능력이 있으면 1주일 안에 강제출국을 시킨다”고 덧붙였다.

A 씨의 신병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넘긴 경찰 역시 뚜렷한 해법은 없다. 진천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관계자는 “가해자 조사는 끝났고 피해자 조사만 남은 상황”이라며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나중에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기겠지만 그 안에 강제출국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더 알아봐야 한다”고 답했다.

충북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 역시 “불법체류자가 범죄를 저질렀어도 불구속 상황이라면 경찰이 신병을 확보하고 있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신병을 넘긴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해결된 것 없이 가해자가 강제출국당하는 것에 대해 당연히 불합리하다고 느끼겠지만 경찰로서도 어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경찰이 모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피해자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 씨의 아들은 “국내인끼리의 사고였다면 당연히 처벌 및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할 상황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라고 해서 합의 없이 출국되는 상황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냐”며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증가하고 있는데 정작 내국인들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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