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배(에너지관리공단 대전충남지역본부장)

우리나라에는 대략 300만 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외환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의 질곡 속에서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면서 350만개에 이르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2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돌파해 세계 무역 8강에 진입하는 등 전대미문의 희소식과, 젊은 일꾼들은 여전히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어 중소기업이 생사를 걱정하고 있다는 비극적 소식을 함께 들어야 하는 처지다.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외부환경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도약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발을 뻗고 있지만 이 역시도 국내 중소기업에는 만만찮게 다가오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 제품이 EU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사용제품 친환경설계지침(EUP)'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

EUP는 EU가 제품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역내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보장하고 저비용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동시에 EU 회원국 간 무역장벽과 불공정 경쟁의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행중인 친환경제품 설계의무 지침이다.

그런데 이 지침이 EU 회원국이 아닌 나라에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EU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외국 상품의 자국 시장 진입을 점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상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 관문을 통과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인력·정보력·기술력·자금력 등 모든 면에서 뒤지는 중소기업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은 이제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적 전략으로 이해돼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지원사업(KVER)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사업이다.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제품의 친환경성을 제고하며 온실가스 배출 감축 성과를 정부가 매입함으로써 추가 수익 획득을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중소기업이 버너, 보일러 등 에너지 이용 설비를 효율 높은 설비로 개체하거나 연료를 벙커C유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등 청정연료로 전환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사업을 발굴, 지원하고 있다.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에 대해선 감축계획서 작성부터 감축 성과 검인증까지의 소요 비용을 모두 지원함은 물론, 최장 5년간에 걸쳐 t당 1만 2000원에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매입해 주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도와주고 있다.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는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생존과 번영의 생태계를 이루기까지는 정부의 지속적이고도 효과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다행히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핵심에는 중소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중소기업을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으로 삼아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키우겠다는 이번 정부의 1차 국정목표인 셈이다.

중소기업의 도약 없이는 한국경제의 미래도 없다.

우리나라 법인 수의 99%, 전체 고용자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20∼30대의 사랑을 받고, 더 나아가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강한 축이 되도록 정부는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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