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성역인가 허수아비인가

▲ 한관우 총장

인간은 의식을 하든 못하든 간에 이데올로기를 지니고 있으며, 이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우리 자신이 이데올로기의 창조자인 동시에 피조물이기도 하며, 따라서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다른 사람을 조작하기도 하지만 또한 조작당하기도 한다.

어떤 집단이나 사회 구성원 사이에는 다의적(多義的)이고 논쟁적인 개념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집단이나 구성원들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사고하는 하나의 가치나 신념체계로 파악될 수 있으며, 또 대중 속으로 급속히 파고들어 가는 선동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선동적 속성은 대중을 행동으로 변화시켜 삶 속에서 진실과 확신을 유발시키게 되며, 결국 인생관이나 사실 판단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쉽게 변화하지 않는 신념 내지 가치관으로 형성하게 된다.

이렇듯 사회 구성원의 신념과 가치관, 다시 말해 사상은 사회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에 있어서도 그 영향력은 지대하여 판단을 좌우하기도 하고 갈등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급속한 사회적 변화 속에 살고 있다.

국가 질서와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기초한 가치와 사고, 인생관과 세계관 등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듯한 혼돈 속에서 삶의 중심이 우스꽝스러운 게임 속으로 함몰되고 휘말리면서 인간의 본질이 왜곡되고 상실되는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이러한 본질의 변화는 정치적 속성에 맞닿아 있으며, 결국 권력으로 귀결된다고 하겠다.

권력의 속성은 인간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을 좌지우지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이것에 끌려다니는 유기체의 세포와도 같이 변형을 거듭하게 되고 만다.

이렇듯 이데올로기는 인간으로 하여금 정치적인 행위를 유발시키며 이념으로 구체화되는 것이다.

보편적 이념의 공유는 개인이나 사회 집단의 단합이란 속성으로 나타나며 일체감의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내용과 본질이 조작되면서 교묘히 사람들을 조종하여 인간의 욕망이나 희망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흔히 민심(民心), 즉 여론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형성된다.

따라서 권력이 민심에 의해 끌려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민심이 권력에 의해 춤추는 기형적 현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 나라의 정치현실에서 민심은 찌그러진 민주주의 허수아비일 뿐인가. 아니면 국민의 의사를 진정으로 수렴하고 대변하는 한국의 정치와 정치인을 지배하는 영원한 성역인가.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몰아친 4·15 총선에서의 세찬 바람도 민심이었고, 수도 이전 발표에 따르는 불안과 근심, 미래에 대한 절망 섞인 농민들의 가슴에 몰아치는 바람도 민심인 것을 어찌하랴.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 우리에게 정말 맞는 말일까. 때로는 위안이 되기도 하고, 회한이 되기도 하는 민심으로 표현되는 현상도 결국 우리 자신이 창조자이고 피해자란 진리를 곱씹어 볼 일이다.?

지금 이 나라 이 땅 위에 사는 우리에게 민심은 과연 약(藥)인가, 독(毒)인가.

자신의 의사를 보다 분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표현하여 진실과 신뢰가 구축되는 사회에 대한 인식틀의 실현을 기대한다.

<약력>
▲충남 홍성 참빛출판사 대표 ▲참빛문예연구원장 ▲(사)서해문화아카데미 감사 ▲(사)대한웅변인협회 이사 정책위원 ▲충청향우회 중앙회 사무총장 ▲한국충청신문 발행인 ▲한송문화재단 설립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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