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특정 인맥 독점 경계해야
눈치 보기가 도를 넘으면 곤란
대통령의 정치적인 리더십 막중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번 써본 사람을 중용하는 인사스타일, 2인자를 두지 않는 그의 용인술이 두드러진다. 지역 안배보다는 실무형 친정체제에 방점이 찍혔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이 모두 영남 출신이다.

인사 때마다 '철통보안'을 강조하다보니 몇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기 십상이었다. 인선 과정에서 최소한의 검증 절차나 장치가 가동되지 않는 데서 오는 결과였다. '깜깜이 인사' 논란은 인수위원회 시절의 특징적인 주제로 자리 잡았다. 공직에 오르는 인물에 대해선 자질과 도덕성 검증을 거치는 게 필수적이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시절' 고위 공직자 2세도 중점 발탁했다. 대개 상명하복의 관계에서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그만큼 높은 부류를 주목한 듯하다. 육사출신과 법조인 출신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을 국정원장에 내정함으로서 외교안보라인이 특정 군맥으로 채우졌다. 법조인을 국무총리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5, 6공 당시에도 육사 출신과 이들을 보좌하는 전문가 집단인 법대 출신으로 구성된 이들을 '육법당(六法黨)'이라고 불렀다. 정권 실세들이 끼리끼리 모이면 그 부작용 또한 작지 않다. 권력 핵심 요직을 특정인맥이 장악할 경우 그로 인한 폐해는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권력의 사유화-남용문제로 역대 정권들이 곤혹을 치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권력과 정치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박 대통령으로선 만감이 교차할법하다. 그는 후보시절 "아버지를 놓아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후의 행보는 '아버지 닮기'에 집착하고 있다. 이제 그 옛날의 '경제부흥', '한강의 기적' 같은 단어는 살아나고 '경제민주화', '지방분권', '균형발전'이라는 어휘는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관주도의 새마을운동을 다시 펼치자는 소리도 나온다. 새마을 운동의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은 당대의 시대정신이었다. 대안도 없이 이제 와서 새마을운동부터 불쑥 꺼내는 게 합당한지 따져 볼일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국가발전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충성경쟁과 눈치 보기가 도를 넘으면 또 다시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른다.

새 내각 인사의 도덕성 수준을 보면, 이명박 정부 당시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절반가량이 부동산 투기는 기본이요, 편법증여, 위장전입, 전관예우 등 여러 의혹을 안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자녀는 가계곤란 장학금을 받도록 했다. 과거 회귀식 사회분위기 탓인지 자진사퇴하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MB정부 때 3명이 자진사퇴했던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들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정부조직 미정으로 인한 국정 혼란이 예사롭지 않다. 주요부서 장관조차 임명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여야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귀속된다. 대통령의 정치적인 리더십이 막중함을 새삼 일깨워준다.

박 대통령은 신년인사에서 "과거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자"고 역설했다. 당시 야당의 '정권교체'에 맞서 '시대교체'를 내세운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지금 이 순간 변화를 선택할 명분과 실리는 충분하다.

정권은 취임초가 가장 중요하다. 6개월 내에 거의 정책 방향과 더불어 추동력을 확보해야 할 시기다. 국회 및 야당과의 관계에서 매사 이런 식이라면 참으로 무거운 마음을 벗기기 힘들다. 상생 배려하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지 않으면 임기 동안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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