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문화과학부 차장)

수년전부터 교육계의 화두는 교권회복 운동이었다. 교육계 인사들은 항상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 학생들이 더 이상 교사를 신뢰하지 않고, 현장에서 지도할 수단도 없다"며 탄식했다.

필자의 은사도 만날 때마다 "교사로 일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 매일 매일 교육당국이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고, 학부모들에게 시달리다 보면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자괴감마저 든다"며 하소연한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교단에 선다는 자체만으로도 권위가 있었지만 이제는 학생이 그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최근에는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경찰이 교내까지 들어오는 일, 학생이 학생을, 학부모가 교사를 고발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닌 일상이 됐다.

교권추락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이다.

'대통령을 잘 못 뽑아서, 전교조가 생기면서부터, 체벌이 없어지면서부터, 물질만능주의로 넘어가면서부터….' 이 와중에 최근 충남도교육청이 보여준 일련의 사건을 보면 교권추락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와 장학사들이 검은 돈을 통해 시험문제를 유출하고, 교육감이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교육계의 추악한 거래가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수사기관에 걸렸을 때 대응하는 방법도 직접 지도까지 했다니 그런 도덕성으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학교급식 비리, 납품 비리, 수학여행 비리 등 각종 비리가 해마다 터졌지만 그때마다 교육당국은 '단 1%도 안 되는 미꾸라지들이 물을 흐리고 있다'며 사안의 본질보다는 문제가 된 당사자들의 처벌만하는 것으로 사안을 항상 마무리졌다.

이번에 장학사 비리 연루자들도 한결같이 '교육계의 관행이었다'는 말로 이 문제를 넘어가려고 하지만 사법당국은 물론 시민 누구도 이 사안 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 때문에 일선 학교의 교감이나 교장, 장학사, 장학관 등의 교육인들은 "얼마 쓰고 그 자리까지 갔냐?"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무엇보다 그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한 참된 교육자들마저 이 사건으로 흔들리게 됐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나 교육청을 신뢰할 수 없고, 수십년간 쌓아온 교원들의 순수한 열정에 의구심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능력과 자질, 시대·사회적 소명감보다는 돈을 쓴 교원이 교육행정을 좌지우지한다고 하니 교권이 왜 필요한 것인지 의문조차 든다. 권리는 책임을 다한 이에게만 준다는 점에서 지역 교육계는 이제 교권회복 운동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가 척박한 박토(薄土)에서 나올 수 없듯이 참된 교육인을 키울 수 있는 옥토(沃土)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교육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교육인들에게 맡겼던 고유 영역이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국민들이 참여하고, 조언할 때다.

교육계가 교육인 스스로 정화할 수 없을 만큼 오염됐기 때문에 이제 외부에서 수혈해야 하며, 교육인들은 뼈를 깎는 아픔을 딛고, 자성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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