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긴 '지방 자치' 이제는 '지방 분권화'

6·13?지방선거, 16대 대통령 선거 등 정치 변혁의 임오년이 가고 계미년(癸未年) 새해가 밝았다.12·19 대통령 선거는 국민들의 새로운 개혁 희망을 담았다면 6·13 지방선거부터 꾸준히 지난해를 이끌어 온 화두 중 하나는 지방 분권화였다.

지방 분권화는 세계화와 함께 이 시대를 주도하는 명제로서 이제 지방의 제도적, 경제적, 사회적 위상을 뒤로하고는 더 이상 한국의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10년을 넘어서면서 명실상부한 지방화의 초석을 다져야 할 때라는 것이다.이미 지자체, 의회, 교육계, 재계 등 각계에서 실질적인 지방자치 구현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또, 대선을 앞두고 학계·시민 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지방분권 국민운동이 물밀듯이 일어났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후보들이 지방 분권화 선언을 하기도 했다.수십년간 철옹성으로 버티어 온 중앙집권적 행태에서 벗어나 수도권의 비대화를 막고 균형적 국토 발전과 전 국민이 더불어 살 수 있는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盧武鉉) 당선자를 비롯 유력 후보군 대부분이 지방의 목소리를 수용하겠다고 약속을 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담아낼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도적 측면과 함께 재정, 권한, 경제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건강한 지방은 사회적, 도덕적 구조 기반을 튼튼히 하고 미래를 열어갈 차세대의 초석을 구축하는 첫 발이란 것이다.

노 당선자의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공약도 이러한 지방 분권화 여론을 상징적으로 대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복잡다단하게 얽힌 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 문제에 대해 이제 단안을 내리고 전 국민적 관심사로서 해결할 시점이란 민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면 진정한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분권화의 실질적 조치들은 무엇일까.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는 지난해 말 '지방 분권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3∼4년 한시법인 지방 분권 특별법을 제정해 지방 분권 및 개혁과 관련된 법을 일괄 처리할 것을 제안했다.심 지사는 "현행법과 제도를 개별적으로 개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며 일본이 460개의 법령을 일괄 개정한 '지방 분권 일괄법'을 예로 들었다.

각계의 주장을 일괄하면 지방자치법의 개정, 특별행정기관의 시·도 통합, 세제개편, 지방선거 제도의 개선, 대기업 본사 및 중앙부처의 지방 이전 등으로 간추려 볼 수 있다.

▲지방자치법 개정 필요성 =현행법이 중앙집권의 기초 위에서 제정돼 법의 성격이나 기능적 측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처리사무도 중앙 관·서장이 처리토록 입법화돼 지자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지방의원의 유급화, 지방의원 입법보좌관 도입, 지방경찰제를 시행, 지자체 조례로 지자체의 기구와 정원을 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의 부여 등이 요구되고 있다.

▲특별행정기관의 시·도와 통합 =현행 23개 중앙행정기관과 국토관리청, 보훈청, 노동청 등 7176개 특별 지방행정기관이 설치돼 있으나 이들 업무의 80%가 자치단체의 위임사무로 처리돼 중복행정의 표본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존치가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특별행정기관은 과감하게 시·도 지자체로 통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독립 =지방분권의 토대는 '재정 독립'이라는데 이견이 없다.지자체 각종 사업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중앙에서 쥐고 있는 한 지방 분권화는 중앙의 견제에 따른 종속변수일 수 밖에 없다.따라서 국세의 상당부분을 지방세로 전환해 지자체의 재정운용권을 확립하기 위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4대 6 수준까지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방안으로 국세인 부가가치세를 국갇지방 공동으로 개편하고, 양도소득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조세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또, 지자체가 거둬들여 국고로 귀속하는 환경개선부담금, 교통범칙금 등을 대폭 지방으로 돌려주고 지자체 부담의 공립학교 교원급여도 국가부담으로 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지방선거 개선 =행정과 정치를 겸해야 할 수 밖에 없는 현행 기초·광역 단체장 후보에 대한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선거를 통해 지자체에 입성하는 것은 민의를 반영하는 창구로서 불가결한 요소지만 굳이 정당 공천이란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의이다. 정당 공천은 행정 수장을 정치적 테두리에 묶어 두고 지역 민의를 정당의 색깔로 구별하게 한다는 폐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장들의 선거 비용과 경비를 투명화하기 위해 국회의원에게만 허용돼 있는 후원회를 단체장, 지방의회 의원에도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경제 활성화 =지방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선 제도적 토대 위에서 대기업 및 중앙 정부 부처의 지방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지방에 경제·사회·제도적 메리트를 부여할 때 대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 욕구도 상승할 수 밖에 없으며 미래를 위한 청사진도 함께 나올 수 있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행정, 금융, 정보 등 중추관리기능과 핵심 결정권을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과 논리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유력 후보군에게 최대 공약 중 하나였다.

기업 본사의 이전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지방별 특화대의 육성, 지방대의 특화 등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노 당선자는 대통령 직속으로 지방화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방분권 특별법을 제정해 20년 장기 계획을 입안, 각 지자체에 자치 입법권, 재정권, 인사조직권을 확대 부여함으로써 미국식 연방 수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도 제시했다.특히, 노 당선자는 16개 시·도별 전문가를 각 5명씩 총 80명의 위원으로 가칭 국가균형원을 설치, 국가적 사업의 시행여부를 판단하고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주의 폐혜를 극복하자는 구상도 밝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