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충청정가 기상도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제16대 대통령 선거는 보수와 개혁이라는 정치권의 재편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31년 만에 양강구도로 치러진 지난해 대선에서 '부패정권 심판'을 내세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낡은 정치 청산'의 기치를 내건 민주당 노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친 끝에 국민들은 노 후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개혁'이 새해초 부터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충청권의 정치 기상도 역시 새해부터 상당 부분 변화의 가능성을 갖고 있고, 이번 대선을 통해 새로운 틀이 마련될 것이라는 게 지역정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선 전 민주당과 자민련의 일부 충청권 의원들이 당을 옮기는 등 이합집산이 대선 이후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전·충청권에선 또 다시 정치적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지난해 대선은 '젊은 지도자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전반에 걸쳐 세대교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에서도 젊은 정치인의 등장으로 인해 정치권에 대한 물갈이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여기에 대선과정에서 극명히 나타난 젊은 유권자들의 정치참여 분위기와 자발적 참여민주주의의 확산은 '피플파워'를 정치적 신주류로 등장시키는 일대 전환을 가져 왔다.

이 같은 정치권의 새로운 변화는 새해 벽두부터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충청권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 이 후보와 민주당 노 당선자 진영으로 양분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보수와 개혁의 구도로 짜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의 보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혁세력의 등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보수와 개혁의 양대 진영으로 충청권이 이분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3당은 종전까지 자신들이 추구했던 정치적 노선을 보다 명확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새해 벽두 개혁몰이 '원내 1당' 기틀 마련

◆ 민주당

민주당은 대선 승리로 인해 충청권에서 개혁 세력의 결집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과정에서 드러난 젊은 유권자들의 개혁성향이 그대로 노 후보 지지로 연결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혁세력의 등장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석호 대변인은 "이번 대선은 낡은 정치를 타파하라는 화두를 던져 줬다"며 "우리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 차기 총선에서 원내 다수당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해 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대선을 통해 충청권에서 개혁세력의 입지가 유리해진 것은 분명하다.

노사모의 정치세력화를 비롯 20∼30대 젊은 유권자의 정치 참여 등은 민주당이 이 지역에서 개혁의 기치를 높일 수 있도록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개혁신당 김원웅 의원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충청권 개혁세력을 이끌며 노 후보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충청권에서 민주당의 개혁세력은 김 의원을 정점으로 구성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당 체질개선 및 개혁세력의 득세와 관련, 당내 갈등구조의 표출 가능성도 높다.

이는 당 개혁에 대해선 대부분 의견을 함께하고 있으나 방법론에 있어서는 각각 의견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개혁세력의 기용을 위해 기존의 정치세력을 부인할 경우 이에 대한 반발로 당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충청권 의원은 "개혁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지만 방법과 절차는 민주적이어야 하고, 당의 화합을 통해 소리없이 실질적인 개혁을 다져가야 한다"고 말해 지나친 개혁의 강조가 기존 세력의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大選패배 후유증 털고 체질개선 재도약 준비

◆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함에 따라 당분간 혼란스러운 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충청도 연고의 이회창 후보가 정계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이 후보를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의 충청권 세력들이 상당부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강창희 의원이 대선패배로 인해 대전시지부장과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기존의 충청권 지도부가 한걸음 물러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이 후보의 연고지인 충청권에서도 민주당 노 후보에게 패배함으로써 새로운 인물과 함께 체질 개선을 통한 거듭나기가 불가피하다.

이 같은 새로운 인물 수혈과 당 체제개선을 통해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충청권에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총선에 앞서 지구당 정리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어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에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이적한 국회의원들의 지구당 위원장에 대한 정리가 안돼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이적 의원들에게 대선 이후 지구당 위원장 등 구체적인 보장 내역을 밝히지 않았고, 또 기존의 지구당 위원장들이 이들 의원들의 이적에 강하게 반발해 온 만큼 지구당 정비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 표출된 구(舊) 한나라당파와 자민련에서 이적한 신파간 갈등 구조도 한나라당의 체질 개선에 어려움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의원은 "이번 대선을 통해 가장 상처를 많이 받은 지역이 충청권으로 생각된다"며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만큼 당의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각 지구당 정비 문제가 쉽지 않아 당분간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수 무장' 세력 확장

◆ 자민련

자민련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만큼 보수세력 영입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당 지도부는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이적한 일부 의원들이 다시 자민련에 입당할 것으로 기대하는 등 이삭줍기 전략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자민련은 지난 16대 총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일정 부분 한나라당에게 빼앗긴 충청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종필 총재도 "노 후보의 당선으로 이제 보-혁 구도로 구분되는 정치가 시작됐다"며 "이런 정치구도 하에서 당의 진로와 방향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이인제 총재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태스크 포스팀'을 즉시 구성해 당의 활로와 당세 확장 추진을 독려했다.

이를 위해 자민련은 보수 색채를 강화하고, 한나라당에서 이탈한 세력과 국민연합 이한동 의원 등을 영입, 당세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자민련은 이번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고, 그나마 있던 일부 의원들이 한나라당 이 후보를 지지하는 등 당내 결속에 결함을 노출한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당 존립의 문제가 또 다시 대두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는 자민련이 보수보다는 수구쪽에 근접해 있고, 충청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개혁의 흐름 속에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의원들의 잇단 탈당 등으로 인해 당내 입지가 좁아졌던 김 총재가 이번 대선을 계기로 회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인제 의원의 영입으로 당 활로를 모색했던 자민련은 이 대행이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 후보를 지지했음에도 불구,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만큼 엄정중립을 선언한 김 총재에 비해 상당 부분 입김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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