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충남도교육감)

교육가족과 도민들에게 죄송하고 송구하다. 교육전문직 시험에 있어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비리가 발생함에 충격적이고 참담한 심정이다. 그동안 '안정 속 변화'라는 슬로건으로 저녁 늦게까지 바쁘게 교육현장을 찾고 여러 성과도 거뒀지만 이번 사건에 뼈아픈 반성과 자책이 앞선다. 이 마당에서 무슨 글을 올린다는 것에 자괴감이 일지만 지난 연말에 결정된 고정필자이기에 붓을 든다.

지난 연말 충남교육의 새해 화두어로 '입교신도(立敎新都)'를 내 놓았다. 이 말은 "신도시 내포에서 충남교육을 새롭게 세워 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 충남도청이 연말에 이전을 완료했고 도교육청도 2월까지는 이전을 끝내게 된다. 도교육청 청사 이전에 따라 새로운 터전에서 충남교육을 새롭게 펼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자 했다.

내포는 행정상이나 지정학적으로 충남도의 신 중심이 된다. 또한 서해바다를 건너 글로벌 시대를 여는 벼리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이로써 내포 신도시로의 교육청사 이전은 충남의 중심부에서 교육가족에게 한발 더 다가가 고품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이는 교육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여 나가고 교육의 균형발전을 내실 있게 구현해 나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

새해 이튿날 내포의 도청 신청사에서 신년교례회가 있었다. 대전의 교육청 청사에서 시무식을 끝내고 부랴부랴 내포로 떠났다. 가는 도중에 군데군데 잔설(殘雪)이 있었지만 막상 내포에 도착하니 광활한 벌판에 은세계(銀世界)가 펼쳐져 있었다. 바람도 불고 날은 찼지만 하얀 눈에서는 오히려 온기가 느껴졌다. 이 땅의 찬란한 미래도시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미국의 서부 개척정신인 뉴프런티어 정신이었다. 동부의 미국인들은 새로운 꿈을 가지고 서부로 모여 들었다. 이러한 도전과 용기의 개척정신은 오늘날 LA와 같은 세계적인 조화로운 도시를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정신이 이 땅에 심어져 서해를 건너 세계를 잇는 LA와 같은 명품도시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길 간절히 빌어본다. 오늘날 미국의 중남부에 위치한 큰 도시인 애틀랜타도 측량기사가 표시한 사거리의 말뚝 하나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만큼 시작이 반이다.

가까이 보이는 용봉산에서는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는 듯했다. 푸른 솔과 흰 눈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그림이었다. '입교신도'에서 나아가 '입교용봉(立敎龍鳳)'이라 고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용봉산 자락에서 새롭게 충남교육을 세워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처럼 하늘로 승천(昇天)하고 봉황처럼 비상(飛翔)하는 충남교육을 그려본다.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소중하듯 첫 시작이 중요하다. 곧 이사를 끝내고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충남교육이 잘 풀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곳에서 펼치는 교육정책이 실효를 거두어 학생들이 미래 스마트인재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바른 품성을 함양하고, 교과별 창의성을 풍부히 연마하며, 체육음악미술로 따뜻한 감성을 갖추길 소망한다. 학교폭력 없는 즐겁고 행복한 학교문화가 꽃을 피우고, 초등학교부터 소질과 적성, 능력에 맞춤한 진로교육으로 열매 맺길 바란다.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복지가 탄탄해지고, 공정하고 투명한 교육행정이 이곳을 중심으로 해서 충남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기원해 본다.

내포는 아직 황량하다. 주거 공간도 불충분하고 문화시설 기반도 태부족하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역사에서 배운 바대로, 새로 개척해 나가는 길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인내하며 '안정 속 변화'의 교육이 새 터에 새롭게 씨앗을 뿌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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