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만사 … 정권 성패 첫 단추
고소영 정권의 폐해는 반면교사
인사의 투명성·공정성 확보돼야

이명박 정부의 인사시스템이 임기 중 제대로 작동됐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탕평인사 의지가 안중에도 없었던 듯하다. 임기 초반부터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강부자 정권으로 낙인찍혔다. 정권 출범 초 인사청문회 결과 장관 후보자 15명 중 3명이나 낙마한 사실이 대표적이다.

임기 초반에는 산하 기관장들을 전 정권 인사라는 이유로 몰아냈다가 해임 취소 판결을 잇따라 받았다. 이 뿐이 아니었다. 임기 내내 보은인사, 회전문 인사, 낙하산 시비를 불러일으키기 일쑤였다. 임기 말에 이르러서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감행했다. 얼마 전 공공기관에 청와대 비서관 출신 5명을 내려 보냈다. 올 하반기만 따져도 정치권 해당 인사가 10명 선에 이른다고 한다.

급기야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 이유로는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라는 점을 들었다. 백번 맞는 말이다. 정부가 임기 막판에 또 눈 딱 감고 밀어내기 식 낙하산 인사를 단행했다가 그만 덜미가 잡힌 격이다.

'말년에 더욱 조신(操身)하라'는 건 단순한 경구(警句)에 그치지 않는다. '차기정권을 재창출했으니 이쯤이야'하는 안이한 심사가 작용한 건 아닌가. 박 당선인이 이례적으로 분명하게 선을 긋고 나선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그 밖의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현 정부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메시지로도 들리기에 하는 말이다.

얼마 전부터는 특별사면설 등 그럴 듯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 마당이 아닌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씨 등이 그 대상이다. 물론 명분이야 국민대통합이라고 둘러댈 것이다. 정권의 도덕성을 무너뜨렸던 대통령 측근 인사들을 임기 말에 사면해주는 게 과연 정의-법치의 개념에 맞는가. 지켜 볼일이다.

정권 교체기엔 으레 신-구 권력 간의 지형이 미묘해진다. 권력의 속성상 차기 정권 쪽으로 힘이 쏠리는 게 현실정치다. 대통령도 차기 정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정권 역시 공과가 있게 마련이다. 차기 정부 출범 후 어떤 일이 불거질 건지 아무도 예단하기 힘들다.

그런 와중에서 이 대통령-박 당선인의 청와대 회동이 엊그제 이뤄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는 브리핑이 나왔다. 대통령이 '임기 말 당직을 보유한 채' 집권당 차기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건 25년만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정권 실정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재창출한 의미가 무척 고무적일 게다.

그간 인사 문제의 시사점에 대해서도 거론했는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정권의 인사실패는 결국 끼리끼리 봐주기-권력의 사유화-부패·국정누수 현상으로 증폭되는 핵심 요인임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정권 레임덕의 조기화도 여기에서 비롯된 부산물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차기정권의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박근혜 차기정부의 인사 스타일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요즘 막말 논객, 돈 봉투 시의원, 불공정거래 기업가 영입 케이스가 잇따르면서 박 당선인의 불통·밀봉·회전문 인사 스타일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성공하는 정권이 되려면 먼저 인사부터 공정성·투명성, 적재적소 원칙이 지켜져야만 한다. 시스템 인사, 검증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그래야 탕평과 통합 등의 국정 가치도 실현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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