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로 가는 길

독일과 한국의 분단 비극은 종전(終戰)이라는 같은 운명에서 시작되었지만, 독일의 경우는 패전국으로서 분단이 불가피한 반면 우리의 경우는 미·소·중 등 열강 세력 다툼의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패전국인 독일은 잿더미에서 시작하여 경제대국으로 부흥, 통일까지 성취하였다. 통일이 되기까지 동·서독은 서신 왕래는 물론이고 인적, 물적 왕래가 빈번했던 결과, 공산 동독은 자본주의 사회의 우월한 경제·사회 및 정치체제를 향한 국민적 열망 앞에 무릎을 꿇고 통일의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공산주의 북한과 자유 민주주의 체제하의 남한 국민이 아직까지 편지 왕래도 못하고 있는 대치현실이 아닌가. 여러 차례 공식적 남북대화와 이산 가족 등의 만남이 있었지만 과연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정(情)이 있는 만남이 있었는지.

세계사는 이미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보다 국민을 더 잘살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증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우리 국민들은 공산주의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남·북한간 각종 협력업무들을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는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기를 낳는데도 산고(産苦)를 거쳐야 하거늘, 하물며 분단조국을 통일시켜야 하는 엄청난 과업이야말로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 없이는 통일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경제·사회적으로 북한보다 우월한 형(兄)의 위치에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동생으로 비유할 수 있는 북한의 실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형제간의 우애를 살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고 일관성 있게 꾸준히 남북 대화를 활성화함은 물론 우리가 북한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독일의 경우와 같이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되었을 때, 통일의 기쁨보다는 하루아침에 국가 전체가 혼란 속으로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남·북한간 너무 큰 경제력 차이 때문에 북한 주민의 남한으로의 대이동으로 인한 정치, 경제, 사회적인 혼란과 식량 문제 등이 극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을 돕는 것이 군비 증강을 돕는 것과 같다는 비판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단견에 지나지 않다고 본다. 북한을 돕는 것은 통일 후 우리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므로 통일의 과업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남북 협력에 관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금강산관광을 국내외 관광객으로 하여금 남·북한 양측에서 상호 왕래할 수 있는 '남북관광협력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종자 개량, 영농기술, 병충해 방재 등 기술지원과 함께 농기계와 비료 등을 지원함으로써 북한으로 실질적인 식량 증산 능력을 배양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현행 남북간 무역은 제3국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부작용과 비용 부담이 크다. 따라서 남북 접경지역(판문점 부근)에 '남북한 상품거래소'를 설치해야 한다. 이곳에 검역소와 환전소 등을 설치하여 남북한 상인들이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남북한 모두에게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넷째로는 남·북한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한 경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하여 북한 경제 지원책을 추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국내외 각종 대형 공사에 남·북한간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인력(人力)협력을 해 나간다면 북한 경제를 돕는 결과뿐만 아니라 남한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남북문제는 국민 모두의 관심사이며, 국가적 운명이 달려 있는 사업이므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시켜 나가야 한다. 정부는 동·서독의 통일을 교훈 삼아 현실성 있는 정책 개발과 과감한 추진력으로 국민여론을 설득력 있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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