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 파산 후유증 아는가
지역민 배려하는 손길은 뒷전 자기살길만 찾는 정치행태 '無常'

'선진당의 종말'을 보는 지역민의 심사가 편할 리가 없다. 선진당이 충청지역 기반 정당인 탓에 지역민으로선 그만큼 애착심을 가졌던 것도 숨길 수 없다. 지역민이 선진당에 대해 때론 지지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다가도 눈에 벗어나면 어김없이 채찍을 서슴지 않았던 것은 그런 연유에서였다.

엄밀한 의미에서 지역정당이란 지난날 '3김 시대'의 어두운 과거사에 덧칠돼 후진적인 정당형태로 비판을 받아왔다. 1인 지배·사당화 방식의 폐해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었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정파적인 이익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았다. 전국정당화를 표방했지만 막상 그 내막을 보면 특정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다. 때로는 지역감정을 왜곡·조장하고 지역 불균형 성장을 초래하거나 방관한 장본인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에서 지역정당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다 지역발전 측면에서의 '충청권 홀대'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2006년 자민련 몰락 직전 창당한 국민중심당이 2008년 선진당으로 중심축을 이동·통합한 이래 나름대로 활동해온 일련의 과정이 그러하다. 결국 자민련이 창당 11년 만에 한나라당에 흡수됐고 선진당 또한 창당 4년 8개월 만에 새누리당에 통합되고 말았다는 건 퍽 교훈적이다.

충청권에서 두 차례나 지역정당 실험이 무위로 그친 결과 그로 인한 후유증을 계량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지역민의 정서가 어떤 형태로든 남다를 것이라는 사실쯤은 모르진 않을 터인데 이에 대한 정치적인 배려는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다. 한편으론 '정치 무상(無常)' 심하게 말하면 '정치적 배신감 및 허탈감'을 토로하는 지역민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1년 전만 해도 지역 정당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대전·충남 여론이 50%대를 육박했었다. 지난 4·11총선에선 선진당 정당지지율(비례대표 득표율)이 대전 17.92%, 충남 20.39%, 충북 5.31%에 달했다. 새누리당과의 통합 직전 지방자치단체 및 의회의 선출직 인사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대전시장과 기초단체장 10명에다 광역 및 기초의원 121명이 선진당 소속이었다.

이런 정치현실을 안다면 거기에 걸맞은 후속절차가 필수적이었다. 정당이 문을 닫는 처지에 이르렀다면 적어도 정당지도부가 정치적인 책임의식을 먼저 보여주는 게 순서였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의 속성에서 보더라도 지역민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인 예의나 염치 따위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역민들에게 적절한 고백 및 설득, 사과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선진당이 뭔가에 쫒기 듯 새누리당과의 흡수 통합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 짓는 행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건 당연하다. 기실 선진당의 위기는 어느 날 하루아침에 닥친 게 아니었다. 사사건건 선당후사(先黨後私)보다는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그들 특유의 심리가 만연한 데서부터 그런 위기가 확대 재생산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청권의 역대 투표행태가 전략적·실리적 성향을 띤 것은 맞다. 그렇다고 충청권 정치인들의 정당 이력이 유달리 화려한 것과 연관 짓는 것은 다소 무리다. 소속 정당이 내 맘에 맞지 않으면 곧장 발로 걷어차고 나온다. '파산'을 앞두고 있는 선진당에서 또 그걸 보는 게 씁쓸할 따름이다.

이인제 선진당 대표는 무려 13번이나 당적을 바꾸었다. 1988년 경기도 안양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24년 동안에 여야를 넘나든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새누리당에 대해선 '어머니'라고 비유했다. 돌고 돌아 제자리에 돌아왔다는 뜻이리라.

또 다시 누군가 지역정당론을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고선 그 지역정당을 추후에 다른 정당에 갖다 바치는 대가로 자신의 영달을 도모하는 세력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젠 더 이상 속을 사람도 그럴 여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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