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전고 2학년 80명 지각비로 연탄 구매, 용두동 일대서 배달

▲ 서대전고 2학년 학생들이 가을소풍을 대신해 2일 대전 서구 용두동 일대에서 자신들이 직접 구매한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이거 몇㎏ 이야? 꽤 무거운데?"

한 장 당 3.5㎏ 검은 연탄을 처음 보는 학생들…. 지난 2일 오전 서대전고등학교 학생 80명이 지그재그 일자로 나란히 서서 연탄을 나르며 조용한 주택가를 소란스럽게 만든다.

학생들이 3시간 동안 대전 중구 용두동 인근 19가구에 리어카 없이 손수 나른 연탄은 3800장. 소풍을 봉사활동으로 대신한 서대전고등학교 2학년 2, 3반 학생들의 따듯한 이야기다.

현대인들에게 있어 500원, 1000원의 가치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음료수 한 잔을 사먹기도 애매한 동전 하나, 지폐 한 장으로 인식돼 버린다. 그러나 서대전고 2학년 2, 3반 학급에서 만들어진 사랑스런 벌금(30만 원)은 학부모총회의 동의 아래 걷었다.

학기초 반 편성 후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두 반의 담임인 최종렬(35), 최성범(38) 선생님은 이른 아침 등교시간 7시 40분을 넘기면 지각비를 걷자고 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벌금 전담 지각쟁이 친구들 덕분(?)에 벌금은 차곡차곡 쌓이면서 2, 3반은 30만 원이라는 꽤나 많은 벌금을 모았다.

소풍을 가야하는 시즌, 선생님의 한마디. "얘들아 이번에 소풍 대신에 연탄나르기 봉사활동 하는 건 어떠니?"

학생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좋았다. 언제, 어디서 하냐는 둥 궁금한 게 많아 보였다. 최종렬 교사는 전 근무지에서부터 인연을 쌓아온 대전 동구 새하늘장로교회 목사이자 대전연탄은행 대표인 신원규 목사에게 러브콜을 한다.

봉사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모든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 지난 2일 대전 중구 용두동주민센터로 집결 명령이 떨어졌다. 서대전고 2학년 2, 3반 학생들의 소풍목적지가 정해진 셈이다.

최종렬 교사는 "야구장에 가서 관람만 해도 봉사활동 시간을 주고, 음악회 공연만 봐도 봉사활동을 주는 세상에서 정말 아이들이 참 봉사를 경험해보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범구(18) 군은 "벌금으로 회식을 하고 끝낼 줄 알았는데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을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직접 들으니 기분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의 얼굴은 땀과 연탄으로 시커멓게 얼룩이졌지만 가슴속엔 영원히 잊지못한 소중한 추억을 새긴 뜻깊은 하루였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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