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국 복수공인중개사 대표

전국 각 도시마다 신흥개발지역과 원도심 지역의 불균형 발전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신도시란 이름으로 개발된 신흥지역은 전문가 집단에 의해 계획적으로 조성돼 편리성과 쾌적성이 탁월해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최초로 도시가 조성될 때는 낮은 선호도를 보이지만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단지 여건이 성숙되면 선호도는 점차 상승하게 된다.

대전의 경우 둔산지구가 그러했고 송촌이나 노은지구도 같은 절차를 겪었다.

아파트단지만 먼저 입주한 채 주변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도시의 삶이란 불편함 투성이다.

학교를 비롯해 각급 관공서, 상가 등 모든 시설이 구비되지 않아 불편을 겪어야 하고 버스노선조차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건물들이 하나하나 들어서고 도시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기 시작하면 신흥개발지역의 선호도는 급상승하게 된다.

반면 원도심 지역은 정반대의 상황을 겪게 된다.

신흥개발지가 생겨나 주택 공동화가 발생하고 상가도 하나 둘씩 떠나게 되면서 기력을 잃어가게 된다.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원도심이 급격히 쇠락하는 현상은 대전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관과 민간이 힘을 합해 원도심의 상권과 도시기능을 회복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다.

대전의 경우, 둔산지구 개발이라는 대형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둔 후 모든 도시 기능의 중심이 둔산으로 옮겨갔다.

철도 개통 후 100여년간 중심 상권을 유지하던 대전역 앞 상권이 힘없이 무너진 것은 신도시의 개발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실감케 한다.

둔산에 이어 노은을 거치며 대전시민들은 신도시의 파괴력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100년 전통과 역사를 가진 원도심을 순식간에 공동화시키는 개발의 힘은 실로 놀랍다.

대전은 최근 서남부권이라는 대형 신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아울러 학하지구와 덕명지구 등 개발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이 모두가 신흥개발의 수혜지역인 서구와 유성구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대전시민들의 이목은 서남부권과 학하와 덕명 등 신흥개발지구에 집중돼 있다.

둔산이나 노은 등 신흥개발지로 과감하게 이전해 부동산 개발 이익을 경험한 상당수 여유층들이 새롭게 개발되는 이들 지역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도심에 머물러 개발 이익의 수혜를 받지 못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도 이번 기회만큼은 놓치지 않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신흥개발지역의 인구 유입은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도심이 문제다.

가뜩이나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원도심은 이들 신흥지역의 개발이 가시화되면 한 차례 더 썰물현상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원도심은 우리 조상들이 지켜 온 삶의 터전이요, 대전의 멋과 향수를 간직한 곳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해선 안될 우리 대전의 소중한 자산이다.

대전시를 비롯해 각급 기관과 시민단체들도 대전의 원도심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역부족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과감한 원도심 활성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서울의 경우 뉴타운 조성 계획이 발표되며 원도심의 개발이 활력을 얻고 있다.

이에 반해 대전은 역세권 개발사업 정도가 발표되고 있지만 진척 속도가 너무 느리고 범위도 협소하다.

보다 진취적이고 과감한 원도심 상권 회복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과거에는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 발전이 사회적 이슈였다면 이제는 도시 내의 신·구도심간 불균형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서남부권과 학하 및 덕명 지구 등 개발계획이 수립된 지금이 원도심의 재개발 밑그림을 그릴 시기다.

대전시민이라면 누구나 원도심 개발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한다.

21세기에도 20세기 모습으로 남아 있는 원도심에 대한 재개발은 정부와 자치단체만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니다.

150만명 시민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는 인식이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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