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백 구곡리 주민, 성 허물고 편의시설 건립 움직임
농다리보존회 “문화계승 못할망정 … 상급기관 진정”

▲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농다리 입구에 있는 '구산동수호성(龜山洞守護城)'이 헐릴 위기에 처했다. 진천=강영식 기자 like10100@cctoday.co.kr

토속신앙이 깃든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구산동수호성(龜山洞守護城)’ 역사 유산이 헐릴 위기에 있다.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구산동수호성’은 농다리 입구에 있는 민속문화 유산이다. ‘진천 상산임씨의 역사와 유산’이라는 문헌에 따르면 지난 1987년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맥(脈)이 끊겨 구산동(현 구곡리) 마을 청장년들이 질병과 사고로 3년새 13명이나 죽는 불상사가 생겼고, 구산동을 수호하기 위해 지난 1992년 10월부터 3개월간 주민들이 합심해 흙과 돌로 쌓은 성(城)이다. 이 문헌에 따르면 마을 노인들이 이러한 액운을 막기 위해 한 스님에게 자문을 구해 ‘구산동수호성’을 쌓았고 그 이후로 마을이 평안해졌다.

20년이 흐른 지금 구곡리 마을 주민들은 ‘구산동수호성’ 자리에 농산물판매대와 역사관을 건립하려한다며 서명을 받고 있다. 마을이장 임차섭 씨는 “농다리 진입로 공사때 ‘구산동수호성’ 일부가 헐렸다”며 “지난달 20일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열었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임 씨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37명이 ‘구산동수호성’을 허물고 농산물판매대와 역사관을 건립하자는데 찬성했다.

농다리보존회(회장 신응현) 측은 발끈했다. 민속문화 계승은 하지 못할 망정 ‘구산동수호성’을 허물고 편의시설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무식함에 따른 것으로 상급기관에 진정하겠다고 밝혔다.

농다리보존회 관계자는 “민속신앙이 깃든 ‘구산동수호성’을 계승하지는 못할 망정, 진천군이 이를 허물고 편의시설을 만들겠다며 마을이장을 앞세워 주민 동의를 받고 있는 것은 무식이 도를 넘는 행태”라며 “많은 자치단체들이 관광객을 위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는 판국에 진천군은 황당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군 관계자는 “사업계획은 없다”며 “마을 주민들이 ‘구산동수호성’을 허물고 1층은 매점, 2층은 마을 사무실로 쓸 건물을 짓자고 하는 여론이 있어 건의서는 접수했다”고 말했다.

농다리보존회에 따르면 ‘구산동수호성’은 ‘진천(상산)임씨의 역사와 유산’, ‘농다리의 비밀을 간직한 진천 구곡리’ 등에 수록돼 있는 민속신앙이다.

진천=강영식 기자 like10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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