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연대론 제기되는 이유는?
전략·리더십 부재 실토하는 꼴, 정체성 혼란·위기본질 직시해야

정치권에는 영원한 적이나 동지가 없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요즘이다. 승자의 논리, 정치공학적인 셈법만이 춤을 춘다. 어제의 적과 동침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선거 때만 되면 으레 정치인의 철새논쟁이나 정당 간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야권 단일화 문제가 12·19 대선의 최대 변수로 부각된 가운데 선진당-새누리당과의 합당 및 연대설이 제기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에 대해 "민주정당으로 부르지 않고 '왕정독재', '유신정우회' 쯤으로 불러 줄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되기는 틀렸다"라면서 칼날을 곧추세워 비판해온 선진당이 아니던가.

도대체 선진당에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논리상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을까. 정치권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선진당 입장에서 보자. 대선에서 후보를 배출하지 못할 경우 '불임정당'으로 당 존립자체가 어렵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다. 그간 독자적인 대선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 아래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포함, 제3후보 배출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만사가 여의치 않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야권 단일화 압력이 우세한 마당에 선진당 주도의 제3후보론이 통할 거라고 믿었다면 그건 너무 순진한 발상이 아닌가. 현실정치에 비춰볼 때 당의 전략 및 리더십 부재의 또 다른 모습을 본다.

엊그제 이인제 대표는 새누리당과의 연대설을 드디어 공식화했다. 현재 당론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제 남은 건 선진당-새누리당 합당 또는 정책연대, 그것도 아니면 이인제 대표가 직접 대선 후보로 나서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는 듯하다.

앞으로 몇 가지 당내 절차를 거쳐야 하는 탓에 섣불리 예단키 힘든 건 사실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함께 가는 방향에 무게가 실린 것 같다. 양대 정당의 지역패권 정치구도 타파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선진당의 종전 입장과는 정면 배치된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

우선 충청기반 제3 정치세력화라는 당초 비전의 향방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인제 대표는 보수대연합이나 야권대연합이야말로 양대 정당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 방편이라고 규정하고 그것으로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해왔다. 정치의 명분론이 헷갈린다.

오늘날 선진당의 위기는 정체성의 혼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보수대연합론은 선진당이 선점해온 프레임이다. 이회창 전 대표가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후 당시 여권에 제안한 개념이다. 이 제안은 보수분열·지역할거주의 정치의 장본인이 선거 패배 돌파구로 연합론을 제기했다는 비판적인 반응 속에 잠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선거 때만 되면 떠오르는 주제로 자리 잡았다. 1990년 1월 민주정의당(노태우대통령), 통일민주당(김영삼 총재), 신민주공화당(김종필 총재)간 3당 합당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그러하다. 그러나 선진당으로선 지난 4·11총선에서 연대론이 불거져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건 또 다른 아이러니다.

선진당-새누리당 연대설은 새로울 게 없는 메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달 연대가능성에 대해 "문을 열고 넓게 받아들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온 충청권의 전략적 위상을 감안한 발언이다. 물밑에서 우물쭈물하면 뒤탈이 나게 돼 있다. 차라리 이를 공론화 시키는 게 그나마 떳떳하다.

이미 선진당 소속 국회의원과 세종시장, 그리고 상당수 지방의원들이 새누리당으로 옮겨 갔다. 정치인의 속성상 2014년 지방선거와 그 이후 2016년 차기 총선의 공천까지 내다보는 노림수가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당 위기의 본질은 간과하고 있다. 어떤 수가 됐거나 유권자들의 엄중한 평가가 뒤따르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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