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은 인격···갈고 닦아야

말(言)은 사회 생활의 기본이란 점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어려서 말을 텄다고 해서 완성된 것도 아니고 복잡한 대인 관계 속에 평생을 같이 한다.

말하기의 중요성과 달리 천차만별인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수법을 채택하기란 매우 힘든 작업이다.

가정에서 몸에 배인 습관을 고친다는 것은 꾸준한 인내와 관심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전민초등학교 이화숙(46) 교사는 말(言)이란 소리를 입 밖에 내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 말하는 사람의 교양과 능력을 담는다고 강조한다.

제대로 된 발음법을 배웠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며 상대와 장소를 가려서 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할 줄 아는 표현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제된' 말하기 학습법을 공부한 사람이 단상 앞에 서면 작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때론 친구들 앞에서, 때론 대중 앞에서 또박또박 말할 수 있어야 하죠. 대화와 연설을 구분하고 말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도록 가르킵니다."그래서 이 교사의 교직생활 24년은 초등학생들의 발음법과 말하기에 심혈을 기울인 독특한 인생 외길로 채워진다.

언어란 갈고 닦는 수고에 따라 아름다움과 천박함이 구분된다.

잘 사용하면 신뢰받는 사람의 첩경이지만 때론 사람들의 정신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도구가 된다.말(言)은 기본이지만 예절이며 품격이라는 것이 이 교사의 지론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이미 집에서 글을 배우고 입학하기 때문에 말은 다들 잘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말에서 파생되는 예절법 등은 부모의 일방적인 애정 속에 가려지기 쉽습니다. 불균형적으로 말하기를 배운 아이들에게 가나다라마바사가 언어의 기초인 것처럼 하나 하나 알려주며 기초를 다집니다."

말하기에 대한 이 교사의 열의는 말하기 교육 프로그램 개발로 이어진다.

이 교사가 고안한 프로그램은 '기본 훈련'부터 '소집단 토의', '상황 설정'로 이어지는 3단계 방식이 기본적인 큰 틀이다.

자기소개 시간에 이름을 제대로 못 대는 아이부터 교사가 설명할 때 딴전을 부리는 아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쉬는 시간에는 세상이 떠나갈 듯 떠들다가도 수업시간에는 한 마디 못하는 아이 등 이런 아이들이 이 교사와 함께 몇 개월 생활하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칠판 한 켠에 붙어 있는 '목소리 볼륨표'와 '목소리 척도자'는 학생들 스스로 목소리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교사의 말하기 훈련은 발표력 함양과 대인예절, 협동심 함양으로 이어진다.학생들이 자기의 음을 맞추기 위해서는 옆 친구의 도움을 얻는 과정을 거친다.또 방과 후 집에서 풀 수 있는 과제를 내준 후 연구해 온 자료를 교단 앞에서 직접 발표시킨다.

학생들은 일단 등교하면 하루 한번 이상 발표를 해야한다.

과제는 학생들의 흥미 유발과 부모와 함께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과제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 하는 지에 관한 것들입니다. 집에서 부모님들이 할 수 있는 말과 가려서 해야할 말들을 구분해줌으로써 부가적으로 예절도 가르키죠."

어찌보면 이 교사는 교육에서 뒤로 빠져있다.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탐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숙제를 가정에 떠 넘기기도 한다.

정작 본인은 한 켠 비켜서서 조절만 한다.

"교육은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함께 풀어가는 문제라고 봐요. 요즘 교육이라면 학교에 모두 맡기는 추세지만 학생들을 위해서는 평생 함께할 가정내 교육 환경이 가장 중요하죠."

이 교사의 이런 독특한 수업방식은 교육청으로부터 인정받아 교육청 수업 컨설팅그룹 활동과 교실수업개선 연구대회, 우수교육자료 전시회 등에 초청, 전시됐다.또 최근 교육부가 실시한 대전지역 초등학교 교실수업 개선 실사에서 공개 수업반으로 추천됐다.

방학이 되면 이 교사의 일과는 더욱 바빠진다.

내년에 새로 맞을 학생들을 위해 보다 세련되고 선진수업 방식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말하기는 삶의 기본입니다. 언어예법은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사회인의 기본이구요. 가끔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할 때도 있지만 학생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때론 사랑의 매를 들기도 합니다."

가나다라마바사…. 이 교사의 수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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