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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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甲子士禍(13)


"이세좌가 자신이 중한 죄를 범하였으나 오래지 않아 방면되므로 그 세력을 두려워 하여 대간이 아무도 논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장숙용(張淑溶)의 집 이웃 인가를 철거하는 일을 논하여 임금을 업신여겼으니 임금을 업신여긴 죄가 하나만이 아니다. 사헌부 관원을 모두 가두고 형장을 때리라. 대간을 형장 때리는 것이 법 밖의 일이긴 하나 임금을 업신여긴 세좌의 죄를 논하지 않았으니 용서할 수 없다."

왕은 형방승지를 직접 의금부에 보내서 사헌부 관원들이 곤장 치는 것을 감독케 하였다. 그뿐만 아니었다.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舌是斬身刀(설화참신도)

閉口深藏舌(개구심장설)

安身處處央(안신처처앙)

(입은 화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 몸이 편안하여 어디서나 굳건하리라.)

이 같은 글귀를 나무패에 새겨 모든 환관들로 하여금 목에 걸고 다니게 하였다.

조석으로 환관들과 마주치는 조신들에게 겁을 주어 언로(言路)를 막아버리려는 의도였다.

풍원위 임숭재의 집에 내시가 다녀간 것은 삼월 중순 어느 날 초저녁의 일이었다.

임숭재는 내시를 돌려보낸 후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 휘숙옹주를 만났다.

"옹주마마, 야단났소이다. 주상전하께서 우리 집에 몰래 납신다고 미인을 등대해 놓으시라는 기별이 왔는데, 어쩌면 좋으리까?"

"어머 그래요? 별안간 어디서 미인을 구합니까?"

내외는 어떻게 할까 하고 당황하였다.

왕은 동궁시절부터 임숭재와 처남매부 사이로 자별히 친하여 그의 집에 몰래 왕래한 일이 있었다. 근래에 임숭재가 왕의 환심을 사려고 미인을 바친 이력이 있으므로 왕이 또 그의 집에 은밀히 야행(夜行)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휘숙옹주가 무슨 좋은 수가 생각난 듯이 무릎을 치더니 임숭재 곁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언젠가 대감께서 말씀하신 일이 있지요? 시누이 말씀입니다."

"아참, 우리 누이동생 말씀이구려."

서로 마주친 두 내외의 시선은 간사하고 교활한 음모에 금방 동의하고 있었다.

임숭재의 누이동생 임씨는 종실 남천군(南川君) 쟁의 아들 문성정(文城正=正은 종실의 작호) 상(湘)에게 출가한 유부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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