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 회장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가는 곳곳, 보이는 곳곳마다 너무도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산도, 들도, 바다도 모두가 너무나 아름답다. 경치가 아름다운 것은 말할 나위 없고 날씨도 쾌적해 생활하는데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수확의 기쁨까지 누릴 수 있으니 가을은 계절의 으뜸이다. 누군들 이토록 쾌적하고 풍요로운 가을을 싫어할까 싶다.

가을은 무엇을 해도 좋은 날씨이다. 그래서 각종 모임이나 단체의 운동회와 소풍이 가을에 집중되고, 지역마다 축제가 이어진다. 그만큼 놀기에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놀기에 좋은 계절로 알려진 가을은 일을 하고 공부를 하기에도 최고의 계절이다. 그래서 예부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렸다. 또한 사색의 계절이라고 불렸다.

인간은 누구나 즐겁게 놀고, 배불리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삶의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된다고 만족하는 인간은 없다. 모든 인간은 기본 욕구가 해소되면 2차 욕구를 추구한다. 그것이 바로 배우고자 하는 욕구, 알고자 하는 욕구, 깨닫고자 하는 욕구이다. 이 모든 2차원적 욕구를 일시에 해소해주는 것이 바로 독서이다.

독서는 인간에게 마음의 양식을 안길 뿐 아니라 풍성한 지식과 정보, 상상력을 선물한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은 내면적 성숙을 하게 된다.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인간의 내면은 한층 한층 성숙의 높이를 쌓아가게 된다. 그래서 많은 책을 읽은 이는 완성된 인품을 표출하게 된다. 한권 두권을 읽을 때는 표출되지 않지만 많은 책을 읽을수록 기품과 인격은 살아나고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유감스럽게도 정보통신이 주도하는 세대가 시작된 이후 우리 사회는 책을 멀리하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한줄 한줄 지식과 정보를 쌓아가기 보다는 화상을 통해 펼쳐지는 정보를 손쉽게 얻으려 하고 있다. 이런 생활패턴이 지속되면서 깊이 사색하고 현명하게 판단하려 하지 않는 옳지 못한 풍토가 고착화 되고 있다. 특히 기성세대보다는 젊은 세대와 어린세대들에게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변의 젊은이들 가운데 책을 즐겨 읽고, 사색하기를 즐기는 이들을 많이 보지 못한다. 단순하고 빠른 것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보려는 경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아주 어린 유치원 아이부터 책보다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시대가 됐다. 이 때문에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많은 사색을 하고, 세상의 이치에 대해 궁리하는 습관은 더욱 배척되고 있다. 적어도 수천년 지속된 인간의 습관이 너무 빠른 시기에 달라지고 있으니 걱정이 앞선다.

명작 한 편을 읽기 위해 며칠 밤을 꼬박 새우는 일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돼가고 있다. DVD나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을 굳이 책을 통해 읽어야 하는 이유를 그들은 잘 알지 못한다. 책은 집필자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고뇌하며 만들어 낸다. 그만큼 집필자의 모든 사고와 가치가 응축돼 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책 속에 숨어있는 그 알갱이를 찾아내는 재미를 신세대들은 알지 못한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떠들어 대지만 정작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고 이 좋은 계절을 보내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산으로 강으로 놀러가기에 너무 좋은 계절 맞다. 하지만 책을 읽기에도 너무 좋은 계절이다. 사색을 통해 세상을 되돌아보고 나의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계절이 가을이다. 잠시 짬을 내 조용히 묵상하며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책에 녹아있는 알갱이가 무언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고뇌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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